"이건 시아버지, 요건 시어머니 줘. 에라 모르겠다. 큰 며느리, 옆집 아줌마, 옆집 아저씨도 줘"

충남 강경 젓갈집인 일정식품의 조기순(65)씨.

손님이 보리새우젓 한바가지(6kg)를 주문했건만 흥이 나는지 젓갈을 덤으로 막 퍼준다.

바가지 위에 보리새우젓을 남산만큼 쌓아 실제로 한 바가지 반 분량을 준 셈.

조씨는 그렇게 많이 퍼줘도 남느냐고 묻자 "인심 쓰는게 좋은게 아녀"라며 오히려 반문한다.

보리새우는 가격이 새우젓보다 싸지만 "김장용 젓갈로는 그만"이라고 소개한다.

국내 최대의 젓갈 집산지인 강경의 젓갈시장에는 제철이 아닌데도 젓갈을 사러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4회 강경전통맛깔젓축제를 시작으로 11월말까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축제때는 이틀동안 무려 4만명의 관광객들이 젓갈시장을 찾았다.

강경 젓갈시장이 구한말 번성했던 옛 명성을 되찾은 것은 지난 97년부터.

강경되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전통맛깔젓을 축제행사로 발전시키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방문이 홍수를 이루기 시작했다.

강기춘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장은 "국내 젓갈생산량의 절반이상이 강경에서 숙성 발효돼 도산매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말한다.

명성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3년전만해도 16개에 불과했던 젓갈상설점포만도 최근들어 54개소로 늘어났다.

매장면적이 5백평에 달하는 점포만도 13개나 된다.

생선을 적당한 온도에 숙성 발효시키는 염장법에 대한 전통의 맥을 유지해온 것도 명성 회복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사실 강경에서 판매되는 젓갈의 원재료는 신안 목포 강화 등에서 가져온다.

강경상인들은 외지에서 사온 생선을 섭씨 15~20도의 저온에서 3개월이상 발효시켜 맛깔나는 젓갈을 생산해 낸다.

대부분의 점포들은 발효실이라고 부르는 저온창고를 확보하고 있다.

군산상회 김경태씨는 "점포마다 서로 많이 팔려고 경쟁을 하지만 숙성 발효기간 만큼은 철저히 지킨다"고 설명한다.

강경 젓갈시장에서 판매되는 젓갈은 크게 김장용 젓갈과 양념젓갈로 구분된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새우젓을 비롯해 황석어젓 멸치젓 멸치액젓 등이 김장용 젓갈에 속한다.

밑반찬으로 먹는 양념젓갈은 명란젓 창란젓 꼴뚜기젓 전어밤젓 어리굴젓 아가미젓 오징어젓 갈치속젓 낙지젓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새우젓만해도 생산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새우젓의 "제왕"으로 불리는 육젓(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젓갈)은 한 드럼(2백50kg)에 6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이보다 저렴한 오젓(5월에 만든 젓갈)과 추젓(가을에 만든 젓갈)은 한 드럼에 20만~1백50만원선에서 판매된다.

육젓은 빛깔이 곱고 살도 많아 쉽게 눈에 뛴다.

오젓은 육젓에 비해 작다.

추젓은 내년 가을까지 먹을 수 있고 묵은 것은 올해 김장용으로 적합하다.

김장용 젓갈로는 새우젓에 3년이상 숙성시킨 멸치액젓을 넣는게 최고의 맛을 보장한다.

강경 젓갈시장은 "카지노"로도 통한다.

주부들이 다양한 젓갈 맛에 빠져 이것 저것 사다보면 지갑이 털리기 일쑤여서다.

옹기에 담아 숙성시키는 "황토젓갈전문매장"의 엄건식씨는 "젓갈은 아무리 적게 사도 5만원어치"라며 "보통은 10만원에서 20만원정도를 젓갈 구입비로 쓴다"고 귀뜀한다.

젓갈시장을 구경한 출출한 배를 채울 만한 곳으로는 강경포구에 있는 황산옥(041-745-4836).

1대 한만예씨에 이어 3대째 내려오는 음식점으로 93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황복찜과 우여회가 주 메뉴다.

황복찜은 봄 민물때 강경포구에서 잡은 복으로 감칠난 맛이 일품이다.

황복찜은 4만~5만5천원, 우여회는 2만~3만원.

강경=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