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일반적으로 신문은 다른 대중매체와 같이 다수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한다.

상업주의와 이에 따른 다수에 대한 신봉은 신문의 속성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신문은 이를 거부한다.

다수를 추종하기보다는 다수가 갖고 있는 횡포에 대항한다.

좋은 신문은 정확한 보도,정부정책의 비판 및 견제,올바른 가치관의 확립 등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켜 나간다.

정부는 최근 태국산 쌀 30만t과 중국산 옥수수 20만t 등의 식량을 구입하여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제공키로 했다.

이러한 대북한 식량차관은 남북간 첫 상거래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남북간 교류를 확대시키고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제위기설이 퍼져 있고,많은 결식아동이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대북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대북지원이지만 야당에서는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1천억원 미만이었던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재정 출연이 내년에는 5천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면,결국 추경예산안에서 부족한 기금을 채울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의 28일자 ''대북 식량지원에서 유의할 점''이라는 제목의 사설은 좋은 언론이 가야할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국내 모든 관심이 대북관계개선,이산가족상봉,나아가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 있을 때 향후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과감히 짚고 넘어갔다는 것은,좋은 신문이 할 수 있는 비판 및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주 또 하나의 쟁점이 됐던 사안은 ''사외이사제도''였다.

송자 전 문교부장관의 퇴진과 환경시민운동가 최열 사무총장의 도덕성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던 사외이사제도는 이미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된 것은 대표적 관경(官經)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교수나 변호사가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금감원의 공신력을 하루 아침에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28일자 1면을 비롯한 3개 면에서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을 다른 차원에서 다루었다.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회사 주식보유 상황을 주식소유 현황 도표와 함께 상세히 보도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견제기능의 약화와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한 해설을 부가한 보도는 경제신문으로서의 짜임새 있는 분석 능력이 돋보인 기사로 판단된다.

27일자에는 새해 예산안이 발표됐다.

경제지의 넓은 지면을 이용하여 분야별 세출예산을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단순한 정부예산안의 홍보성 보도가 대부분이고 비판과 견제의 기사가 없어 아쉬었다.

결과적으로 새해에는 한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균형재정의 달성이라는 이유로 25%나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균형재정이 반드시 세금증가로써 달성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정부재정의 긴축과 합리화로 달성될 부분은 없는지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