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층 사이에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엽기와 공짜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모두 걸핏하면 ''엽기야''라고 말한다.

기껏해야 ''이상하다''내지 ''우습다''고 해야 할 대목에서 어김없이 "정말 엽기다"가 튀어 나온다.

엽기의 사전적 뜻은 ''기괴한 것에 강한 흥미를 갖고 찾아다니는 일''이지만 상관없이 그저 기발한 모든것을 통칭한다.

엽기라는 말이 널리 퍼진 건 인터넷을 통해서다.

PC통신에 등장하면서 일상용어로 떠오른 뒤 네티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급기야 괴상한 내용과 개연성없는 상황전개로 구성된 이른바 엽기적인 광고가 늘고,''텔미썸딩'' ''섬'' 등 끔찍한 영화가 인기를 끌더니 근래엔 엽기장난감까지 생겼다.

기성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든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엽기의 특징이 폭력성과 광기라는 점을 들어 기존질서에 대한 젊은층의 반항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량학살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식 영상물이나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일본문화의 영향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괴상한 캐릭터 투성이인 일본만화나 피가 낭자한 컬트영화를 보고 자란 결과 웬만한 상황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지 유행어라는 시각도 있다.

꾸벅(안녕) 어솨요(어서 오세요) 멜(메일) 방가(반가워요) 총잡이(주유원) 얼큰이(얼굴큰아이) 번개(즉석미팅) 처럼 네티즌들이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신종단어내지 기존언어 질서 파괴현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채팅이나 휴대폰 문자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글쿠(그렇구) 넘(너무) 당근이지(당연하지)등 줄임말이나 시로(싫어) 마니(많이) 조아(좋아)등 소리나는 대로 쓰는 말이 급증하는 것과 다름없는 맥락이라는 얘기다.

공짜라는 말 역시 ''나는 공짜가 좋다''는 카피와 함께 대유행이다.

언제 공짜 좋아하지 않은 적이 있었으랴만 인터넷 무료서비스 증가 이후 일찍이 없던 공짜찾기 붐이 일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밝고 건강해야 할 세대가 엽기와 공짜에 열광하는 건 우울하다.

살벌한 세상때문이라도 그렇고 단순한 유행이라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