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상장사협의회의 통계다.

지난 상반기중에 모두 1백49개 상장사가 자사주를 취득했고 이들이 사들인 물량이 금액기준으로 자그마치 2조5천억원에 달했다는 보도다.

또 자사주 취득을 신고하고도 아직 사들이지 않았거나 하반기중에 새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들의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전체로는 5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상장기업들이 되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점이다.

상반기중에 증권거래소의 유상증자 실적이 1조8천5백억원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증권시장 전체로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공급받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겠는데 이것이 증시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며 기업들의 합리적인 재무관리로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업별로는 포철이 8천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현대자동차가 3천억원,주택은행이 2천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한다.

물론 다양한 속내 사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포철은 해외주식 매각 등을 앞두고 주가관리가 필요했고 현대자동차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정한 안정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적인 동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들의 알토란 같은 자금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증권시장에 역류(逆流)하고 있는 이같은 현상을 마냥 정상적이라고만 보기에는 적잖이 곤혹스런 측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사주 취득이 상장기업들의 다양한 재무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가치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주가상승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부터가 의문이다.

특히 자사주 취득이 개별 기업의 주가상승에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보다 치밀한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개별기업의 경영 성과보다는 경제 전체의 큰 흐름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소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우리나라 증시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

시급한 자금마련(증자)을 위해 부득불 주가 관리에 나서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보지만 주가관리에도 실패하고 자금부담만 떠안는 자사주 취득이라면 이는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주가수준을 통해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현대 경영의 일반적인 경향이라지만, 자사주 취득의 효과와 실효성에 관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