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국방부에 군사용 하역장비를 수출한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9월부터 향후 5년간 미 해군기지에 1억8천만달러(2천억원) 상당의 군수물자 하역용 크레인 21기를 공급키로 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미국 국방장비 조달 분야에 국내 기업이 진출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측은 이 여세를 몰아 일본 필리핀 등지의 해외 미군기지를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을 벌이면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미 해군기지의 경우 그동안 군사 보안을 이유로 미국내 업체에만 수주 기회를 부여해왔으며 폭격가능성 등에 대비,까다로운 품질기준과 입찰자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진출은 경쟁업체인 암클라이드(Amclyde)사와 미 의회의 집요한 견제를 뚫고 성사된 것이어서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당초 작년 2월 국제입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 해군의 크레인설비 공급업체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미국 경쟁업체의 로비로 미 하원이 외국업체로부터의 국방장비 조달을 금지하는 조항을 ''2000년도 국방비 지출법안''에 첨부하면서 한때 계약이 무산되는 듯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삼성중공업은 작년부터 미국측에 외국업체의 국방장비 납품 금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 협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동시에 국방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교섭을 벌여왔다.

마침내 지난 27일 미 상원은 외국업체로부터의 국방장비 조달 금지조항을 삭제한 ''2001년도 국방지출법안''을 최종 가결했다.

이 방안은 조만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이 작년초 미 해군과 체결한 크레인설비 독점 공급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일은 정부와 업계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미 진출의 애로를 타개한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 시장 규모가 큰 미국 군납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한국 방산업체의 무기류 대미 수출 물꼬를 트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체인 (주)풍산은 "미국에 사냥용 소총의 탄약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이번 허가조치는 장비류에 관한 것으로 무기류와는 해당 품목이 다르다"고 밝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