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지난20일부터 일주일동안 무려 다섯차례에 걸쳐 동네의원의 재폐업에 대한 방침을 뒤집었다.

6월 의료대란을 겪었던 국민들은 의료계의 잇단 ‘말 바꾸기’로 혼란스워하고 있다.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이 땅에서 의료서비스가 또다시 실종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을 볼모로 폐업했던 의사들이 이제는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왔다갔다 하는 의료계가 앞으로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월 폐업투쟁때 ‘오죽하면 저러겠느냐’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이같은 불신은 온건한 의사협회와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의권쟁취투쟁위원회 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의사협회는 지난20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폐업에 돌입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돌연 “약사법이 통과돼도 폐업투쟁에 들어가지는 않고 일단 의약분업에 참여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의협의 의약분업 참여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24일 동네의원 폐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이에 뒤질세라 2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의사가 국민을 떠나 생존할 수 없다”며 “재폐업 찬반투표를 철회한다”는 방침을 결정,대외적으로 발표했다.

이같은 설왕설래 끝에 의협은 27일새벽 상임이사와 의쟁투 중앙위원 등이 참여한 연석회의에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의약분업에 불참한다”고 최종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의약분업이 몰고올 여파를 감안할 때 날마다 바뀐 의료계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결정이 의약분업의 파행을 몰고오고 환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폐업’‘파업’‘번복’으로 얼룩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는게 국민들의 요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민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고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고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