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환 < 엔써커뮤니티 사장 jhchoi@nser.co.kr >

요즘 동료 벤처기업인들을 만날 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들로 의욕과 활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하던 벤처산업이 "거품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극도로 위축됐다.

사실 이는 벤처기업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코스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R&D나 시설투자보다는 특정업체의 지분투자에 열을 올리고,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을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외형 부풀리기로 주가를 높이려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이로인해 투자자들의 뜨거웠던 시선이 싸늘하게 변했다.

벤처금융시장의 위축은 경쟁력있는 벤처기업마저 자금조달 실패로 이어졌다.

닷컴기업들은 대란설과 M&A에 시달린다.

여기에 하반기 경기전망까지 어두워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그동안 거침없이 달려왔던 벤처산업이 구조조정기를 거쳐 본격 "옥석가리기"과정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벤처기업의 생존율이 벤처의 원조인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을 보더라도 한번은 거쳐야할 불가피한 과정이다.

결국 우리 벤처기업들도 탄탄한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확실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만이 생존하는 냉혹한 시장경쟁의 원칙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은 자금과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집중돼 시장변화를 주도하는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벤처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벤처산업이 우리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벤처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는 현상을 보게 된다.

벤처정신을 망각한 행동을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투철한 벤처정신으로 무장하고 묵묵히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벤처들이 더 많다.

벤처산업이 그동안 경기회복에 기여하고 사회의 활력소 역할을 해왔듯이,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유수 나라들과 경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벤처위기론"으로 번지는 최근의 상황이 우리사회에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벤처산업의 싹을 자르는 결과로 발전해서는 안될 일이다.

소뿔을 교정하기 위해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