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태도가 돌변했다.

거래소시장에서 8일만에 3백17억원 어치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최근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증시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동남아시아 국가의 통화불안에 따른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금융및 기업 구조조정도 속시원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금융권의 잠재부실이 많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분 가운데 삼성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이 개운치 않다.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일단 좀 더 두고봐야겠다고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몰매맞다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거래일기준)동안 하루평균 1천억원 이상씩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19일 3백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중 삼성전자가 8백97억원(24만주)에 달했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최정호 부장은 "미국 메릴린치증권의 한 투자전략가가 반도체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도체주 투자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한 분석가가 반도체주 투자비중을 축소,한때 전세계 반도체주가 출렁인 경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 부장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감안한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70만원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집중 매도세가 한바탕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의 강현철 조사역은 삼성전자 자체의 수급문제로 해석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18일 현재 57%에 달한다"며 "왠만한 외국인이라면 펀드내에 삼성전자를 채울대로 채워놓아 빌미만 있으면 차익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 통화불안 불똥은 아닌지 =최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등의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외국인의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97년의 외환위기가 동남아 통화불안에서 북상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일 대우증권은 "동남아 외환위기의 국내증시 파급효과"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 총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동남아시장이 위축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국내에 들어와 있은 외국인도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남아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주가가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했고 국내 주가도 이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동남아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최 부장은 "동남아국가의 주가와 환율불안은 과거처럼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상황의 불안이어서 국내 주가와 외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 =최 부장은 "무엇보다 향후 삼성전자를 보는 외국인의 태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보유중인 대형 장기투자 펀드는 아직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주에는 저가매수세가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