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현재 금융권의 잠재부실채권 규모가 정부의 공식통계 90여조원보다 20조~30조원 많은 1백10조~1백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해 관심을 끈다.

물론 어느쪽이 맞느냐를 가리기란 쉽지않다.

조사의 방법과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것이고,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자보상비율을 이용해 잠재부실채권규모를 추정한 것이다.

이자보상비율이란 기업의 세전순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분히 감당할수 있느냐를 따져 보는 지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5천2백여개 상장및 비상장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상기업의 20% 정도가 세전순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이자보상비율 100미만인 상태로 밝혀졌다.

따라서 금융권 총여신 5백90조원 가운데 20%수준을 잠재적인 부실채권이라고 보면 약 1백18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의 연구책임을 맡았던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이 방법이외에 이자보상비율이 낮은 부실기업들의 금융권 차입액을 합쳐 보더라도 1백10조원이 넘게 나왔다고 밝히고,정부통계와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가 제2금융권의 잠재부실을 평가하면서 신자산건전성분류(FLC)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소평가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같은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한다면 정부와 한국경제연구원의 부실추정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지만 잠재부실 규모는 1백10조~1백20조원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규모가 얼마냐 보다 정부의 상황인식이 더 긴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소요등을 감안해 잠재부실규모를 될수록 줄여잡고 대응책을 강구한다면 낭패를 가져오기 쉽다.

특히 부실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잠재부실 규모도 20여조원에 달하고 있어 금융시장 전체의 부실규모는 1백50조원을 넘을수도 있다는 한경연 보고서의 지적은 간과할수없는 대목이다.

회사채는 금융기관들이 책임질 부실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한 만큼 기업및 금융구조조정의 중요한 판단지표로 삼아야 한다.

외환위기이후 2년여 동안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가면서 금융구조조정작업을 벌여왔지만 아직도 1백조원이 훨씬 넘는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부실기업 퇴출을 좀더 신속하고 확실하게 추진하면서 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