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어느날 저녁 베이징의 한 호텔.

샐러리맨 이동해 과장은 중국 업체와 상담을 마치고 돌아와 집으로 전화를 건다.

방에 있는 전화기 대신 휴대용 영상단말기를 사용한다.

신호가 울리고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이 과장이 "지금 저녁 먹으로 나갈 참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단말기에서 "아빠~ 보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의 얼굴이 화면에 나온다.

딸아이 어깨 너머로 인터넷TV가 보이고 저녁 뉴스가 시작됐는지 앵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내는 "남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사람이 죽고 난리에요"라고 말한다.

전화를 끊고 극장 티켓 예매 사이트로 접속한다.

공룡이 나오는 공상과학영화 티켓을 사놓기 위해서다.

이 과장은 출국 직전 딸아이에게 "귀국하면 공룡 영화 보여줄께"라고 약속했었다.

다행히 모레 오전 시간 티켓이 남아 있다.

이 과장은 지체없이 "예매"를 클릭한다.

잠시후 만찬장으로 가는 승합차 안.

이 과장은 단말기를 꺼내 ''모레 오전 OO극장 티켓 예매했음''이란 메시지를 써 아내에게 보낸다.

이어 한국 TV방송국의 사이트에 연결한다.

갑자기 차안에 한국말 저녁뉴스가 울려퍼진다.

폭우 뉴스는 지나갔는지 정치권 얘기가 나온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상사가 뒤를 돌아보며 "폭우는 그쳤대?"라고 묻는다.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5년 앞을 내다보고 지어낸 얘기다.

비록 꾸며내긴 했지만 결코 거짓은 아니다.

앞으로 3~4년만 지나면 휴대용 영상단말기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화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이 단말기로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세계 어디서나 터지고 동영상까지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IMT-2000은 한때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술표준이 동기식과 비동기식으로 양분됨에 따라 과연 "세계 어디서나" 터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어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IMT-2000이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동중에 생기는 "죽은 시간"이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이동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상담을 하거나 물건을 사고팔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동중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요즘 각국이 IMT-2000을 놓고 부산을 떨고 있다.

IMT-2000 서비스를 맡을 사업자를 선정한 국가도 있고 경매에 부쳐 주파수를 나눠준 나라도 있다.

한국정부는 최근 IMT-2000 사업자 선정에 관한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고 2002년 5월께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IMT-2000 사업권에 도전한 사업자는 SK텔레콤 한국통신 LG그룹 및 한국IMT-2000 등 4개.

이들은 3개의 사업권을 놓고 연말까지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됐다.

[ IMT-2000이란 ]

IMT-2000은 1세대(셀룰러) 2세대(PCS)와 오는 10월께 나오는 2.5세대(MCIX)에 이어 2002년 중반께 상용화될 3세대 영상이동통신.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라는 용어가 의미하듯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동영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통부는 IMT-2000을 ''국내외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 영상전화 등을 고속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정보통신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