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려면 CD롬에 담긴 패키지를 구입하는 대신 전화나 전기.수돗물을 이용하듯 필요한 만큼 쓴 뒤 사용료를 내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SW산업은 곧 사라진다"

지금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인터넷을 통한 사무용 SW 무료배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IT업계의 거물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회장의 파격적인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자바"를 통해 윈도에 도전장을 내고 "스타오피스" 무료 배포를 통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적수로 부각시킨 스콧 맥닐리 회장이 한국경제신문에 특별 기고문을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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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내 벤처 투자액이 4백80억달러(약 53조5천2백억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 투자대상 업체 가운데 신생 소프트웨어(SW) 판매업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SW 산업을 물 공급 방식에 비유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집집마다 우물을 파는 것보다 댐을 건설해 대규모로 급수시설을 갖추는 것이 더 용이하고 또 양동이로 물을 길러 다니는 것보다는 수도를 설치하는 쪽이 더 편리한 것과 마찬가지다.

인터넷 경제 시대에 각 개인이 따로 SW를 보유하는 것은 양동이로 물을 길어오거나 우물을 파는 것 만큼 비합리적이고 구시대적이다.

또 대부분의 벤처 자본가와 신생 닷컴 업체는 SW제품 판매산업이 양동이나 우물을 이용하는 것처럼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SW산업은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 것인가.

이미 일부 움직임에서 예견되듯 SW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 형태로 계속 발전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이베이는 경매 프로그램, e트레이드는 사이버 트레이딩 프로그램, 아마존은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모두 자사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이용할 뿐 이 SW를 CD롬으로 만들어 포장.판매하지는 않는다.

자사 서비스를 위해 SW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보자.

다음 질문들을 보면 소프트웨어 제품 판매 산업의 미래에 대해 보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당신은 최근 TV 오디오 오븐 등 가전제품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한 적이 있는가.

혹은 특정 바이러스 백신이나 프로그램 삭제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적이 있는가.

또 자동차용 SW(자동차에는 1백개 가까운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장착돼 있다)를 구입해 본적이 있는가.

휴대전화에 쓰이는 SW가 어떤 것인지 관심가져본 적이 있는가.

통화 대기나 전화연결 기능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교환기 전문가를 고용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아닐 것이다.

이 경우 대개 전화 서비스회사에 전화해 통화대기와 콜 포워딩 기능을 신청하기만 했을 것이다.

일반 사용자들은 전화교환기에 대해 발신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고 99.999%의 신뢰성을 갖고 동작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또 더 이상은 알 필요도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전화서비스 제공업체가 설치.운영하는 전화교환기를 이용하고 서비스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앞으로 수년내 컴퓨터 업계에도 이같은 변화가 올 것이다.

즉 SW를 전화나 전기, 수돗물처럼 서비스 형태로 사용하고 이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몇년전부터 무료로 제공중인 e메일 서비스가 이와 비슷한 대표적인 예다.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문서.표.프리젠테이션 차트 작성용 프로그램 등 기본적인 사무자동화 애플리케이션은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무료 제공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결국 SW는 인터넷 경제 아래서는 더 이상 그 자체로서 상품 가치는 사라지고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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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마이크로 어떤 회사 ]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유닉스 운영체제(OS) 기반의 중.대형 서버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 고속 중앙처리장치(CPU)인 "울트라스파크", 컴퓨터 프로그램언어 "자바", 프린터 등 다양한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통합기술 "지니" 등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까지 컴퓨터의 모든 것을 갖춘 종합 컴퓨터업체다.

썬(SUN)이라는 명칭은 "스탠퍼드 대학 네트워크(Stanford University Network)"의 줄임말로 안드레아 벡톨샤임, 비노 코슬러,빌 조이 등 공동 창립자 3명이 모두 스탠퍼드 대학 동문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스콧 맥닐리 회장은 지난 1984년 이후 16년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경영자로 재직중이다.

맥닐리 회장은 윈도 OS가 필요없는 네트워크 컴퓨터(NC), 무료 공개되는 사무용 프로그램 "스타오피스" 등으로 컴퓨터 업계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지난 99년 매출은 1백17억2천6백만달러.

현재 유닉스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부문에서 점유율 기준 세계 1위 업체다.

<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