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난을 해소하고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으로 각종 금융대책과 시장대책들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미봉과 임기응변에 그치고 있어 오히려 시장불안을 구조화하고 시장참여자들의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의 어제(26일) 기자회견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금감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시기가 시기인 탓에 적지않은 주목을 받았으나 혼란만 가중시키는 내용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주말 이헌재 재경장관의 기자회견도 적대적 M&A를 촉진,장려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또 하나의 변칙을 추가한 것일 뿐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공법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달초부터 가동될 예정인 채권펀드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자금을 출연케 하고 조기투입을 강요하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우리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은행들로 하여금 부실위기에 몰린 종금사에 자금을 대출하도록 하는 것 역시 적법한 절차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정부 스스로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터에 손해가 뻔한 곳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라니 이에 흔쾌히 따를 금융기관들도 없을 것이다.

대우어음만 하더라도 정부가 그 지급을 보증했었지만 손해가 발생한 다음 이에 책임을 지지않았으니 신뢰가 자리할 여지도 없다 하겠다.

은행과 투신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이 바로 엇그제인데 다시 부실내역을 공표해야 하는 속사정도 궁금하거니와 오직 주가를 올리기만 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다급한 생각으로 투신사 자산 운용의 기본원칙인 위험분산 원리에도 어긋나는 사모펀드 등을 허용하겠다는 것도 당국이 내놓은 묘안의 하나다.

편법이 편법을 부르고 미봉이 또다른 미봉을 축적해가는 과정이라 하겠고 갈수록 관치금융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악순환을 예비하고 있다고도 본다.

금융지주회사와 관련해서도 당국의 말바꾸기가 거듭돼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조차 가늠키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정정당당한 해법 이라는 말은 당국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금융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 당국의 이같은 임기응변적 대응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리하고 금융시장 불안해소 대책은 그 기본원칙과 골격부터 다시 세워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