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주목되고 있다.

경제협력분야에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는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북한산 제품의 수출 환경과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공적차관 제공 등 경제협력의 핵심 과제들이 미국과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번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99년 9월 북.미 베를린협상 이후 이미 결정된 것이다.

그것을 미 행정부가 실무검토 작업을 거쳐 9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관보에 명시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북한에 대한 수출입이 허용됐다.

미국 기업의 투자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남북경협과 관련된 핵심 조항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첫째,북한산 제품의 대미 수출 가능성이다.

남북경협 활성화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미주 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어야 위탁가공이나 직접투자의 규모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서 수출입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관세율이다.

정상무역을 위해 필요한 일반특혜관세(GSP)조치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현재의 높은 관세율로는 북한산 제품의 대미 수출은 어렵다.

미국은 정상교역관계( NTR )나 일반특혜관세 대우를 받는 국가들에 "칼럼( Column )1"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한 5개 국가에는 "칼럼2"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상관세율보다 최소 2배에서 10배 이상까지 높은 수준이다.

결국 북한산 위탁가공 제품의 대미수출은 중국 제품에 비해 수출단가(FOB기준)를 최소 30~50% 이상 절감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렵다.

일반특혜관세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해제,근로자의 권리 인정,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둘째,국제금융기구의 대북 공적 차관 문제에서도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경의선을 비롯한 철도 전력 통신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상당한 재원이 든다.

그 중 일부를 우리는 국제금융기구의 공적(공적)차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한 IMF나 세계은행은 북한에 공적 차관을 제공할 수 없다.

미국은 2000년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제외하지 않았다.

물론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서의 평화정착이 가시화되면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테러지원국이 해제되더라도 수출관리법 대외원조법 등에서 규정한 제재 해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일반특혜관세 부여나 국제금융기구의 차관 제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셋째,현재 남북경협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략물자 반출제도 역시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대해 미국산 성분이 10% 이상 포함된 이중용도 제품의 재수출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도체생산장비 공작기계 통신장비 등 고도기술 제품을 수입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로 재미교포를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투자와 북한의 광물자원 및 특산물 교역이 활성화되겠지만 본격적인 경제관계의 확대는 어렵다.

앞으로 미국의 대북 경제정책 방향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의지다.

미국 기업의 대북 투자가 허용되더라도 북한시장을 매력있는 투자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북한의 과제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은 분명 매력적인 유인이지만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정비,도로 항만 등 인프라시설의 구축,그리고 경제활동의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대북한 인식변화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미국은 대북한 관계에서 소극적 입장을 지속해 왔다.

포용정책을 말했지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포용을 하지 않았다.

경제제재 완화에 소극적이었고 테러지원국 제외도 하지 않았다.

이제 미국이 실질적인 포용정책을 보여줄 때다.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제 협상의 시작이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가 그 시작이기를 기대한다.

kyclee@ 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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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주요저서:"북한의 배급제 위기와 시장개혁 전망" "남북경협의 현황과 전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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