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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화합의 술' 문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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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의 주선으로 불리는 이규보의 글에는 이화주 백주 방문주 춘주 천일주 화주 천금주등 10여가지나 되는 전통술의 이름이 나온다.

    그 가운데는 이미 양조주가 아닌 증류주인 소주가 들어 있다.

    조선시대의 부녀 생활지침서 "규합총서"에도 2백여종에 이르는 술이 등장한다.

    집집마다 비전돼 오던 화향주는 일제때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최남선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술로 평양의 "감로주",전주의 "이랑고",나주 광주의 "죽력고",당진의 "두견주"를 꼽았다.

    근래에 되살려낸 민속주가 50여종에 이른다지만 얼마나 옛 맛을 되살려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배주는 원래 평양이 고향이다.

    평안도산 찰수수와 메조로 술밥을 만들고 대동강변의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는 "주암산 샘물"로 빚어 평양 감흥리의 고령토로 구워낸 술병에 담아 마셔야 문배주의 제맛이 난다는 것도 그런데서 나온 얘기다.

    돌배인 문배를 넣어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 마시면 입속에 도는 향이 은은한 문배 꽃내음과 비슷하다는 데서 "문배주"란 이름을 얻었다.

    문배주는 평양에서는 지금 맥이 끊겼지만 6.25직후 월남한 이경찬씨가 그 맥을 이었다.

    평양 근교에서 증조모때부터 문배주를 만들어오던 전통은 그가 96년 작고한 후 그의 아들에게 4대째 이어져 온다.

    이경찬씨가 망향의 아픔을 달래며 빚어온 문배주는 8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상품화된 것은 90년에 와서였다.

    90년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 대표들에게 문배주는 큰 인기를 끌었다.

    "통일술"이란 애칭을 얻은 것도 그 때다.

    그 후 청와대의 각종 만찬이나 파티에서도 이 술을 건배용으로 썼다.

    문배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의전주로 위치를 굳힌 셈이다.

    고르바초프.옐친 전 러시아대통령,미야자와 전 일본총리는 문배주의 맛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정상회담 남측주최 만찬때 서울산 문배주를 건배용으로 쓸 것이라고 한다.

    문배주가 그 전통을 바탕으로 55년간의 갈등과 실향민의 아픔을 씻어주는 "화합의 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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