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미리내.

17세 소년이 새남터에서 치명(致命)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들쳐업고 밤으로 2백리길을 달려 도착했다는 곳.

쌍령산과 시궁산이 정답게 마주한 3만여평의 대지는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다.

초여름녘 미리내 "성모 통고의 길"엔 순례객으로 붐빈다.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게세마니 동산에 오른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졸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게세마니.

제자들은 깨어서 예수를 기다리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었다.

기도를 마치고 내려온 예수는 "하늘나라가 가까왔는데 너희는 잠을 자고 있구나"라고 탄식했다.

게세마니에선 매주 목요일 밤 예수 말씀을 기리기 위한 야외 철야 미사가 봉헌된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엄동설한에도 미사는 엄수된다.

밤 11시 30분에 시작한 야외미사가 새벽 1시 30분쯤 끝나면 신자들은 언덕 아래 미리내 성당으로 내려가 새벽 3시까지 묵주기도를 드린다.

철야 미사엔 서울 등에서 온 신자 1백여명이 참가한다.

10년을 하루같이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도 많다.

성지 안쪽엔 김대건 신부의 하악골(아래턱뼈)을 모신 경당,모자이크가 아름다운 성모성심당,103위 한국순교성인 기념관,무명순교자의 묘소,십자가의 길 등이 있다.

천주성삼께 바쳐진 103위 시성 성전은 고딕양식의 높은 궁륭(아치)을 자랑한다.

성당 2층 회랑에는 박해장면 모형이 전시돼있다.

사금파리 위에 앉혀놓고 육모 방망이로 찜질하는 장면,정강이 뼈가 활처럼 휘는 "가위주리" 고문.

죄인은 얼굴에 회칠을 하고 세로로 귀에 화살이 꽂힌 채 형장으로 향했다.

성전앞 논밭은 미리내성지 수도원 수사및 수녀가 직접 일구는 땅이다.

산밑으로는 벌통도 있다.

봄철엔 쑥뜯는 모습도 심심치않다.

성지 입구에 위치한 묵상의 집은 가족및 단체 피정객들에게 인기 있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절벽위에 무릎꿇고 기도를 올리는 성모 마리아.

깎아지른 석벽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미리내 성지 가는 버스는 평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잠원동에서 출발한다.

(0334)674-1256

< 안성=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