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정통부가 주파수 경매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그동안 심사제를 기정사실로 알고 준비해 왔던 관련업계에 상당한 혼선이 초래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경매제는 작년말 정부가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도입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말았던 사안이기에 특히 그렇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경매제는 시장의 가격경쟁방식으로서 선정과정의 투명성이 큰 장점이다.

과거 PCS 사업자 선정때 공정성과 투명성 시비로 인하여 상당한 후유증이 초래됐던 것을 감안할 때 경매제가 기본적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전파관리의 투명성과 비차별성이 강조되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에서처럼 정부에 상당한 재정적 수입을 가져다 줄 수도 있어 용도를 분명히 한다면 연구개발 투자 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매제는 그 장점 못지 않게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심사제와는 달리 산업전략적 요소가 고려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심사제를 선택한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이 이동통신 기기나 장비 등 제조능력상 경쟁력을 갖춘 국가들이라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또한 경매제가 머니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에서의 일부 이동통신사업자처럼 소위 낙찰자의 불행 (winner''s curse) 이 현실화될 수도 있고,사업능력이 떨어져 나중에 사회적 비용만 유발시킬 수 있는 사업자의 선정이라는 이른바 제2종 오류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전한 경매제가 실현되려면 경매제의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등 상당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문화가 경매제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경매제가 자칫 잘못 설계될 경우 담합이나 신규사업자의 진입장벽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선정방식의 투명성은 경매제든 심사제든 어떻게 디자인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제도의 선택에 달려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쨌든 경매제가 도입돼도 여러가지 부대조건이 추가될 수밖에 없어 정책적 합의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IMT-2000 사업의 촉박한 추진일정을 고려할 때 어느쪽이 됐건 사업자 선정방식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

국제적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정책적 혼선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공개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하루빨리 찾아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