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뇌물,부패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규제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 (rent) 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되는 소위 "지대추구형 사회 (rent oriented society) "가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뇌물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게재되어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뇌물.부패정도는 비교대상 47개국중 36위로 평가됐다.

세계 11~12위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부패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 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들이 해당된다.

문제는 경제발전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접어들 때 뇌물과 부패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성장이 멈추면서 위기상황을 맞는다.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들이 경험한 바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진입한 당해연도에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최근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에 따르면 앞으로 20년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5만8천달러로 최대부자국이 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요인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시스템을 꼽고 있다.

현 정부의 예상대로 라면 금년에 우리 국민소득이 다시 1만 달러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우리 경제는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단기외채가 증가하면서 그동안 잠복했던 경제현안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혹시 뇌물과 부패고리를 차단하지 못해 현 정부나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한풀이성 소비와 같은 위기일탈행위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당국자 일수록 곰곰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