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동맥경화를 초래했던 투신업계가 오랜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4일 현대투신의 자구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투신구조조정이 큰 가닥을 잡게 됐다.

투신업계가 제 기능을 되찾고 시장안정의 견인차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매듭 풀린 구조조정 : 한국과 대한투신은 공적자금으로, 현대투신은 대주주의 자구노력으로 정상화 길을 밟게 됐다.

한투와 대투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 회사의 고유재산과 고객의 신탁재산을 나눠 각각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로 분리하는 작업을 먼저 하게 된다.

신탁재산의 부실을 떼어내 증권사로 넘기기 위해서다.

공적자금도 증권사에만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운용사와 증권사 분리는 불가피하다.

증권사의 경우 고객예탁금이 예금보호대상이어서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하다.

두 회사에서 분리한 증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도 재경부는 검토하고 있다.

떠안은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처리하는 증권사 두 개를 그대로 유지할 명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 3투신이 되살아나면 안정된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의 활력을 기대해 볼만하다.

투신문제는 사실상 3투신의 부실과 거의 동일시돼 왔다.

나머지 투신.투신운용사들은 부실규모가 크지 않아 영업이익과 대주주 증자로 자체 정상화가 가능하다.

투신 정상화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금감원은 4일 한국 대한투신에 대한 실사를 끝냈다.

오는 9일께 열리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구체적인 처리방법과 공적자금 투입일정 등이 발표된다.

지난해말 3조원을 넣어 회사(고유계정) 부실을 메웠고 이번에 5조원가량을 더 넣으면 펀드의 부실까지 정리하게 된다.

현대투신은 현대그룹이 사재출자와 담보주식으로 자본잠식 1조2천억원을 메우기로 약속했다.

정부나 시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 남은 과제 : 투신업계의 완전 정상화까진 아직 산 넘어 산이다.

당장 7월부터 채권싯가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기존 펀드에 대해 만기까지 싯가평가를 유보하고 새로 판매하는 펀드는 철저히 싯가평가를 실시해 충격완화에 주력해 왔다.

금감원은 싯가평가의 연착륙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각 투신사마다 환매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대책을 세우고 있다.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있는 4조원의 비(非)대우 부실채권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리스채 워크아웃채권 등 이자를 제대로 못받는 썩은 물건들이 펀드안에 들어 있다.

한빛여신금융 국민리스 등 리스사들이 사적화의에 들어가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날 여지가 많다.

대우 담보CP(기업어음) 2조4천억원도 상당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로인해 펀드 수익률이 어느정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투신사들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대우채펀드 40조원의 환매제한도 언젠가는 풀어줘야 한다.

작년 8월에 비해선 절반가량 줄었지만 만기가 지나도 환매를 못해 일부 은행들은 법적대응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업계는 가급적 고수익 신상품으로 재유치하고 자금사정이 좋을땐 조금씩 환매해 주고 있다.

10조원으로 추산되는 연계 차입금은 연내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연기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밖에 최근 환매가 늘면서 증권회사들이 떠안은 미매각 수익증권(12조원 규모)이 숙제로 남아 있다.

이같은 과제들은 무엇보다 시장안정이 최선의 해법이다.

투신사들이 더이상 부실이 생기지 않고 수탁고가 늘어야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2백57조원에서 10개월동안 1백조원이 빠져 나간 휴유증이 바로 지금의 투신문제다.

고객신뢰를 얻지 못하면 공적자금이나 자구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펀드운용, 투신 부실청소, 새 상품(하이브리드펀드, 뉴하이일드펀드)으로 등을 돌린 고객들을 다시 끌어모으는 것이 회생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투신업계가 부실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안정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