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을 거듭하던 삼성자동차 매각협상이 타결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비록 헐값매각 시비가 없진 않지만 어차피 삼성측이 경영을 포기한 마당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마저 우려돼 채권단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과제는 삼성차가 정상가동되고 고용 및 생산유발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지역경제,더 나아가 우리경제 전체의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르노측의 계획대로 오는 2005년까지 연 1백40만명에 가까운 고용창출과 25조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려면 삼성차 생산능력이 현재의 연산 5만대에서 40만대로 늘어나고 내수시장의 10~15%를 차지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부품 공동개발,지역판매망 상호활용 등의 글로벌 전략을 통해 르노 경영-닛산 기술-국내노동력과 값싼 부품을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이같은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유럽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르노의 과감한 기술이전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전제조건임은 물론이다.

르노의 삼성차 인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과 맞물려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대우자동차 매각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며 조만간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르노는 닛산 2백30만대,삼성 40만대를 모두 합쳐 4백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SM5를 앞세워 중형차 내수시장을 파고들 것이다.

만일 GM이나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국내외 소형차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경우 현대차는 안팎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가 이같은 도전을 극복하려면 기술개발과 애프터서비스 강화,그리고 해외업체와의 전략적인 제휴가 불가피하며 부품공용화를 통한 국내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대형화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자동차노조가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반대해 연대파업을 벌이는 등의 극단적인 대응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삼성차 매각이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유럽과의 통상마찰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차 매각이 국내 자동차산업의 도약에 발판이 될지,아니면 걸림돌이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자세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책당국과 국내 자동차업계는 비상한 각오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