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불안은 미국 나스닥시장의 첨단기술관련주들이 급락한데서 비롯됐다.

거품논쟁이 끊이지 않았던터라 첨단기술주의 하락은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코스닥시장은 그동안 나스닥보다 훨씬 더 빠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거품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더 컸다.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에서 시작된 첨단기술주 폭락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은 해외요인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수급불균형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등록기업들의 잇단 증자로 물량은 늘어나는데 비해 큰손중 하나인 투신들은 환매자금마련 등을 위해 손절매까지 하며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내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국 주가마저 휘청거리고 있으니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업친데 겹친 격"이다.

비단 개미군단만 겁을 집어 먹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이미 한국투신 등 일부 투신사들은 펀드의 첨단기술주 편입비중을 낮추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의 유일한 매입세력이었던 외국인들까지 등을 돌릴 태세다.

김관수 신흥증권 코스닥팀장은 "옳든 그르든 미국 증시 동향이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때맞춰 국내 증시가 식목일 휴무로 문을 닫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4일 심리적 마지노선이 2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제 1월저점인 170~180선대의 지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정학 현대투신운용 수석펀드매니저는 "미국 나스닥시장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전저점 지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종목별로는 이미 고점대비 반토막난 종목이 30개를 넘는다.

일반투자자들의 손실규모는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은 증자실패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술주들도 나스닥 하락의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4일 나스닥하락 여파로 증권거래소시장의 KOSPI IT지수(정보통신지수)는 3.53%나 떨어졌다.

특히 데이콤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으며 SK텔레콤은 5.94%나 하락했다.

성장주의 하락으로 가치주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지만 수급상황이 취약해 이마저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시황 분석가들은 따라서 "조정장세에 대비해 현금보유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성근 기자 trut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