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40대 이후 중년층은 스트레스에 쌓여있다.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노화과정이 가속화되기 시작하는데다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세대로서 겪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기보다는 위기의 시대라고 부르는게 나을 지경이다.

실제로 중년 이후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각종 성인병들이 갑자기 늘어난다.

최근 국제적인 의학학술지에 부모나 배우자의 사망, 경제적인 위기, 자녀의 건강 악화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중년층에서 당뇨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상적인 생활에서 겪는 충격이 큰 스트레스는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뇨병이 가족중에 있는지, 본인이 운동을 하는지 또는 음주 흡연을 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상 생활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당뇨병 발생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50~74세 사이의 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의 크고 작은 일상 생활사건 스트레스를 조사했다.

이중 조사전 5년간 스트레스량이 큰 생활사건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적게 경험한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60% 이상 높았다.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의 80~90%를 차지하며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과는 달리 주로 40대 이후의 비만한 중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식사요법 운동요법 혈당강하제복용 만으로도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다.

물론 연구자들은 생활사건 스트레스 자체가 당뇨병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이유라는 결론은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코르티솔 호르몬이 증가하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지고 복부비만을 유발시켜 결과적으로 당뇨병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중년의 시기는 화려함에 가려져 잘 나타나지 않지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서는 시기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어쩔수 없이 받게 되는 생활 스트레스가 생리적인 하강기와 더불어 자칫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과 중년의 관계는 이를 실증하는 한 예일 것이다.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hshinsmc@samsu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