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나 발가락에 통증이 오거나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는 매우 차갑고 시린 증상이 나타날 때도 있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환자의 나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질병, 동반되는 증상 등과
함께 증상이 나타난 부위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통틀어 어느 신경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하던 30대초반 젊은 여성의 경우 2년전부터 발 주위에 무감각한 느낌이
오더니 부위가 엄지발가락 쪽으로 넓어졌다.

이럴 경우 연령으로 볼 때 성인병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나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등으로 유발된 신경증상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약 대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있다거나 양쪽 다리의 힘이 모두 약해진다든지
다리가 뻣뻣해 보행에 불편을 느낀다면 중추신경계의 척수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척수에서 빠져나와 발로 흐르는 신경들을
검토해봐야 한다.

정재면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척추에서 갓 빠져나온 신경부위를
신경근이라고 한다"며 "신경근에 문제가 있는 경우 엄지발가락에 감각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허리디스크.

척추와 척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돌출되면서 신경근이 눌린다.

만약 엄지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5번째 요추 신경근에 문제가 있다면
엄지발가락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발등의 내측면, 종아리의 외측면에도 감각이
저하될 수 있다.

또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측면, 종아리의 전측면에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이때 발목과 발가락을 위로 들어올리는 근육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신경근에서 발가락으로 갈라져 나온 말초신경의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즉 엄지발가락으로 가는 족저신경이 잘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바람에
눌렸거나, 골절 수술 등으로 손상됐을 경우에 발목과 발가락의 무감각증이
올 수도 있다.

발뒤꿈치가 시리는 경우는 제1번 천추(요추의 바로 아래 척추) 신경근이나
장단지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비복신경에서 갈라진 내종골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심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레이노드질환에 의한 것일수 있다.

성인병 중추신경계질환 디스크 등으로 발목 발가락에 감각저하가 나타난
경우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수술 생활요법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발뒤꿈치가 시린 경우는 따뜻한 손과 물리치료기구로 마사지해도 효과가
일시적이다.

따라서 신경과 신경외과에서 근전도검사 등을 받아 근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아주 희귀한 버거씨병의 경우 손발저림과 함께 통증이 극심하고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없어지며 혈관염에 의해 동맥이 막혀 손끝이나 발끝에 심한
궤양이 발생하므로 쉽게 감별할수 있다.

정 교수는 "잘못된 건강상식으로 말미암아 발목이 시린 증상들이 혈액순환이
안돼 생기는 것으로 믿고 있으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혈액순환개선제
에 의존하기보다는 정밀한 진단을 받는데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