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통기타연주 소재에 멜로를 가미한 독특한 영화다.

삶에 치여 힘들게 살면서도 콘서트 준비에 몰두하는 노래 동아리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산림욕장에서 펼쳐지는 통기타 콘서트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삶의 즐거움을
되돌아보게 한다.

30대 초반인 영훈(김상중)은 조그만 레코드가게를 운영한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음악뿐이다.

공무원인 세진, 이혼남으로 혼자 딸을 키우는 진형,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홍철은 영훈의 대학 친구들이다.

이들은 대학때부터 정기적으로 자신들의 콘서트를 열어 온 노래 동아리
출신이다.

사회에 발을 디딘 요즘도 밤마다 영훈의 집에 모여 콘서트를 준비한다.

술집여종업원인 연화(박진희)가 레코드가게의 종업원으로 들어오면서
영훈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영훈은 죽은 어머니를 못잊어 방황하는 아버지에게 쌀쌀하게 대한다.

그러나 연화는 영훈의 아버지가 전국을 누비며 아내에 대한 추억을 사진에
담고 있는 것을 알고 노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영훈은 당차고 거침이 없는 연화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

콘서트 장소로 예약된 소극장이 내부공사로 인해 펑크나면서 영훈과
친구들은 좌절에 빠진다.

"편지"로 주목을 받은 이정국 감독은 섹스 폭력을 소재로 한 요즘 영화와는
달리 70,80년대 유행했던 통기타연주와 삼림욕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깃설정이 애매한데다 통기타연주도 "하다 만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자연을 노래한 흔적도 별로 없다.

감독 의도대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4일 개봉.

< 이성구 기자 s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