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학 출신들이 한국방송통신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얻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수강하는 등 근무시간이나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아 이미 대학을 마친 "중년 신입생"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1일 방송통신대학에 따르면 올해 이 대학 편입학생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5개 대학 졸업생이 1천2백51명에 달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4백3명 <>고려대 2백94명 <>연세대 2백38명 <>서강대
77명 <>이화여대 2백39명 등이다.

이들 5개대학 졸업한 방송대 편입학생은 지난해 1천2백4명에 이어 2년연속
1천명을 넘어섰으며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7백96명)에 비해서는 57%나
늘어난 규모다.

방송대 관계자는 "불과 4~5년전까지만 해도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다시 방송통신대학을 찾는 경우는 연간 3~5백명 정도였으나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 대졸자들의 편입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명문대 졸업장을 갖고도 다시 방송대에 편입학하는 것은 직장이나 사회생활
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이나 어학을 배우기 위한게 대부분이다.

정보통신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뒤늦게 학업에
열중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 의대를 지난 1994년에 졸업한 의사 손모(34)씨는 올해 방송대 법대에
편입학했다.

손씨는 "최근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의료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법률지식 부족으로 어쩔줄 몰라 쩔쩔맨다"며 "관련 법률
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동료들에게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다니면서 미국의 로스쿨 유학을 준비중인 고모
(36)씨는 "미국의 로스쿨에 문의한 결과 국내에서 법학 관련 과목을 수강
하면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시험준비하는 것보다 방송대에서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0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다 올해 방송대
경영학과에 2학년을 편입한 남궁모(36)씨는 "금융업에 종사하려면 회계나
마케팅 같은 실무를 알아야 하는데 사내에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며 "동료들
에게 물으며 눈치를 보는 것보다 남모르게 관련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려고
방통대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정보통신 관련학과에 대졸 신입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고려대 출신 편입학생의 경우 전체 2백94명 가운데 11%인 32명이 컴퓨터
과학과와 정보통계학과에 등록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방송대 한 학기 등록금이 18만원으로 백화점이나 사회단체
에서 운영하는 사회문화원이나 일반학원보다 싸다"며 "최근에는 라디오나
TV는 물론 인터넷이나 위성TV로도 수강할 수 있어 직장인들 사이에 방송대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