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다산칼럼] 대학졸업과 고학력 취업 .. 변도은 <논설고문>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변도은 < 본사 논설고문 >

    2월은 우리 생활에서 큰 행사 하나가 있는 달이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는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모두 이 무렵에 있다.

    그런 다음에는 또 신입생을 위한 입학식이 이어진다.

    이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대학이다.

    평생교육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대학을 나오면 일단 현실사회에 진출할
    채비가 끝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매년 있는 각급 학교의 입학과 졸업시즌을 맞아 대학에 특히 눈길을 주는
    것은 올해 졸업과 입학행사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거나 혹은 대학교육이
    변해서가 아니라 취업전선의 변화를 말하고 싶어서다.

    변하기로 말하면 우리네 교육도 정치 못지않게 좀체 변하지 않거나 아주
    더디게 변하는 분야에 속한다.

    대학도 그 하나다.

    실은 대학이 변하지 않으니까 초.중.고 교육도 변하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의 취업전선만은 변하고 있다.

    대학과 졸업생들이 미처 좇아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물론 변화는 대졸 고학력 취업전선 뿐이 아니다.

    노동시장 전체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시 고학력 취업시장의 달라진 모습이다.

    변화는 수요와 공급 쌍방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수요
    쪽이다.

    그 쪽이 먼저다.

    시장의 수요 변화에 공급, 즉 대학과 대졸자가 반응한다.

    우리 노동시장의 최근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평생직장의식의
    퇴조라고 봐야 한다.

    기업입장에서나 사원 모두 이제 평생직장 사고는 엷어져 있다.

    이런 분위기는 IMF위기를 계기로 예상보다 빨리 찾아 왔다.

    부도사태와 명퇴바람 속에서 평생직장 얘기는 의미가 없어졌다.

    사원들도 굳이 그것을 바라지 않는 경향이다.

    더 나은 조건, 더 마음에 드는 자리, 보람있는 일을 찾아 언제든지 떠날
    여유를 보유하고 싶어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 한 직장만을 지키고 있으면 되레 무능한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세태다.

    두 번째는 임금체계의 변화다.

    생각만큼 급속하지는 않지만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확산돼 가는 추세다.

    고학력 취업자, 전문직, 간부급 임직원의 경우는 처음부터 계약직에다
    연봉제로 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현금보수 대신 스톡옵션을 듬뿍
    안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는 평생직장의식 퇴조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언젠가는 퇴직금제도가 사라지고 연금으로 완전 대체되는 변화도 올 것이다.

    또 사회보장제도가 정착되면서 복잡한 각종 수당도 정비될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산업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직종의 끊임없는 다양화와
    여성인력의 확대다.

    지금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와 인터넷
    혁명은 산업구조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공동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제조업이 인력과 자금확보, 수익성과 장래성 등
    모든 면에서 밀리고 있는데 반해 전자정보통신과 인터넷 관련 서비스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요즈음 하루 평균 1백개가 넘는 신규 창업회사의 대부분은 이 분야 벤처
    들이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직종을 더욱 세분화,
    전문화, 다양화하고 있으며 여성인력의 활동영역을 그만큼 넓혀 준다.

    급여와 승진 등에서의 성차별 관행도 차츰 개선되고 있다.

    아무튼 종래의 1,2,3차 산업분류는 더이상 적절하지 않으며, 새로운 분류
    방법이 나와야 할 판이다.

    이밖에 기업들의 채용관행이 바뀌어 정시모집 대신 수시 모집, 공채 대신
    특채, 인재스카우트가 느는 것도 특기할 변화다.

    이 같은 노동시장 변화에 공급 쪽인 대학과 고학력 취업지망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우선 대기업 선호사조가 차츰 퇴색해 가고 있다.

    이는 벤처기업 붐, 그리고 평생직장의식 퇴조경향과도 관계가 있다.

    무조건 명문대학, 일류대학보다는 적성에 맞고 장래성 있는 전공학과를
    찾아가는 변화도 아직은 좀 이르지만 차츰 확산될 전망이다.

    다음은 학력인플레 경향과 영어학습 열기다.

    대졸자의 취직이 힘들어지면서 수년 전부터 대학원진학 바람이 일기 시작
    했지만 고급두뇌와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더욱 불어날 것
    같다.

    굳이 대학을 나와야 하느냐는 학력디플레 경향도 나올 법 하지만 아직은
    이른 감이다.

    한편 영어는 장차 외국기업 진출과 자본유입이 늘고 이른바 세계화 국제화가
    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대돼 가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질 것이며, 이를 계기로
    영어조기교육과 해외유학 및 연수바람, 그리고 영어공용화 논의에 탄력이 더
    붙을 공산이 짙다.

    아무튼 빠르게 변하는 사회, 특히 고학력 취업전선에 일고 있는 변화를
    남보다 빨리 읽고 대응하는 대학과 인재만이 장차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까닭

      매년 말이면 우리 회사는 전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송년의 밤’을 연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구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다음 해를 관통할 메시지를 공유하는 시간이다.올해 필자가 선택한 슬로건은 ‘Keep Calm, Move Forward’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지만 결정과 실행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차분함은 정체가 아니고 전진은 성급함과 다르다. 평정심을 유지하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문장은 곧 경영 현장에서 몇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제때 움직이고 있는가. 내 판단의 리듬만큼 상대의 일정과 흐름 역시 존중하고 있는가. 시장과 기술 변화에 우리의 결정과 실행은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가.경영 현장에서 분명히 체감하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시간만큼이나 파트너의 시간 또한 동일한 가치로 다뤄져야 한다. 결정을 미루고 실행을 늦추는 일은 개인 성향이나 조직 문화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비효율로 이어지고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 원칙은 계약 단계부터 분명하다. 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Time is of the Essence’라는 문구는 일정 준수가 핵심임을 뜻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순간 신뢰가 먼저 흔들린다.패션산업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또렷하다. 과거에는 반기별 시즌 캘린더를 기준으로 해 긴 호흡으로 움직였다. 이제는 트렌드 확산과 소비자 반응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기획·생산·납기까지 전 과정은 압축됐고, 한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조정이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빠른 움

    2. 2

      [기고] 韓 경제영토 넓힐 통상 전략 필요하다

      현대 축구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술가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승리의 핵심으로 ‘공간의 점유’를 강조한다. 그는 윙어를 좌우로 넓게 배치해 상대 수비를 벌리고, 그 틈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낸다. 과르디올라에게 축구는 공을 주고받는 게임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는 전략의 예술이다.이 전술적 통찰은 오늘날 보호무역주의라는 냉혹한 경기장에 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무역 질서는 효율 중심에서 안보를 중시하는 ‘지정학적 파편화(geopolitical fragmentation)’의 흐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가까운 국가와의 프렌드쇼어링 무역 비중은 2021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대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런 흐름이 구조적 변화로 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국 우선주의라는 수비벽이 높아질수록 우리 기업이 뛸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경직된 질서를 흔들어 놓을 ‘공간’의 재확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은 의미 있는 성과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큰 영국 자동차 시장 진출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전문인력 비자 제도 정비로 초기 투자 기업의 안정적 사업 여건도 마련됐다. 또한 영국에서 인기 있는 K콘텐츠의 수출 활성화도 기대된다. 엄혹한 통상 환경에서 정부가 현장의 애로를 짚어낸 결과다. 연초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시의적절했다. 정상 간 교류를 통해 고위급 협력 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한·중 FTA 업그레이드를

    3. 3

      더 커진 인플레이션 우려…부동산·원자재 투자 고려할 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시장을 순식간에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이미 많은 투자자의 뇌리에서 당시 기억이 사라진 듯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올해 다시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속적 금리 인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에 기반해 인플레이션 심화와 통화긴축 시나리오의 위험을 아직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장의 이런 안일함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경기는 지난해 3분기에도 4.3%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런 성장세는 올 상반기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높고, 가팔라지는 미국의 최근 외식비 상승 속도는 인플레이션 향방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와 올해 확장적인 재정정책도 인플레이션 심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과열 국면으로 몰아가는 시나리오를 초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높아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인플레이션의 서곡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심화하는 환경에선 대체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투자 성과가 좋다. 인플레이션 헤징(위험 회피)이 가능한 구조의 인프라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원자재 투자도 효과적 헤징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금 가격은 작년 60% 정도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SKK GSB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