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공짜 MP3(디지털 음악 파일 압축 표준)파일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올린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이들중 진짜로 연주한 것을 녹음해 만든 파일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이미 있는 음들을 짜깁기한 것이다.

전에는 한 대에 수만달러씩 하는 비싼 장비가 있어야만 이런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값싼 컴퓨터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음악 재료로 쓸 다양한 음향도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다.

미국 믹스맨(Mixman)은 최근 회사 이름과 같은 인터넷 뮤직 편집 소프트웨어
"믹스맨"을 선보였다.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음향들을 편집해 MP3파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믹스맨에는 원하는 곡 전체를 다른 풍으로 리믹스할 수 있는 "D플레이트"란
기능도 있다.

믹스맨 외에도 소닉파운드리의 "ACID"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용 음악
편집기"도 비슷한 소프트웨어다.

이 분야의 선두업체인 비트닉스(Beatnix)의 토머스 돌비 사장은 "현재 나와
있는 디지털 음악 편집 소프트웨어들의 성능은 대단하다"며 "5년전만 해도
이만한 기능을 갖춘 장비를 마련하려면 2만달러는 들었지만 지금은 겨우
몇십달러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들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사용자들이 내려받아 가공할 수 있는
사운드 파일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크게 늘었다.

로랜드나 코그 야마하 같은 이름난 신시사이저 업체들도 비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드럼 음향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제공하는 사운드 파일을 돈을 주고 사면 저작권도 갖게 돼
가공한 뒤 인터넷에 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디지털 음악 편집 소프트웨어와 이 소프트웨어용 콘텐츠가 늘어나고
그 이용자도 많아지면서 숙련된 음악가와 초보의 경계는 물론 뮤지션과
청중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이용해 만든 것은 음악이 아니며 음악을 죽이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몇몇 음악 전문 교육기관들은 학생들에게 이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는 판이다.

반면 비전문가들에게도 음악창작의 기쁨을 줄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시대에는 "창작"의 정의도 다시 내려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 음악 편집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덤덤한 반응이다.

ACID의 디자이너 크리스 몰리오스는 "우리가 너무 쉽게 만들었나 보죠.
그렇더라도 재미있지 않나요"라고 여유를 부린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