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관 < 현대종합상사 사장 >

"페이퍼리스 (Paperless)"

현대상사 직원들 사이에서 통하는 정재관 사장의 업무스타일이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은 스피드다.

보고서나 결재라인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결재서류는 사내메일을 통해 보내면 일과가 끝나기전에 처리돼 있다.

중요한 내용은 담당자를 직접 불러 논의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한다.

서류를 없앤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노력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 철저한
책임의식 없이는 힘든 일.

이는 해외영업을 통해 체득한 상사맨의 제1덕목인 신뢰감과 순발력,
책임감이 몸에 밴 덕분이라는게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 사장은 자동차 본부장 재직시절 리스크가 많아 버려질 뻔한 동구시장을
개척, 매출이익 꼴찌본부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94년에는 한중수교와 함께 급부상한 중국시장에 본부장으로 재임하면서
대중 수출 1위의 종합상사로 발돋움시켰다.

"Do it right now"

말단직원에까지 업무지시를 직접하는 정 사장이 항상 덧붙이는 말이다.

돈과 시간을 헛되게 쓰지말자는 게 그의 신조다.

일 앞에선 단 1분도 쉬지않고 몰아붙인다.

그는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집무실이 있는 2층에서 그룹 최고
경영층이 있는 15층까지 걸어다닌다.

하루에 걷는 걸음수가 정확히 1만5천보다.

하루 평균 4.5km다.

허리춤에 만보기를 차고 생활 자체를 운동과 연결시킨다.

적극적이고 소탈한 품성에다 보스기질도 갖췄다.

연초에는 스피드와 창의적 벤처정신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마인드를 전
기업에 확산시키기 위해 스톡옵션제와 발탁인사제 실시를 선언했다.

결재단계도 대폭 축소하고 담당직원이 직접 사장에게 결재를 신청하도록
의사결정 시스템도 완전히 바꿨다.

최근에는 회사의 급격한 변신으로 직원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우려해 직접 직원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들을 파악해 직접 전화로 축하와 격려를
하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야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