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팀의 진짜 실력 .. 노성태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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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현대음악가인 존 케이지(John Cage)는 1952년 특이한 소나타
를 작곡, 발표하였다.
"4분 33초"라는 제목의 이 곡은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좋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누구라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는 점이다.
가령 피아노로 연주하는 경우라면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정확하게
4분 33초 동안 건반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침묵의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이 곡을 실제로 연주해 CD로 낸 연주가도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곡만 들어보아서는 그 연주가가 진짜로 실력이
대단한 사람인지, 아니면 악기라고는 손에 대본 적이 없는 음악의 문외한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그 결과만 보거나 듣거나 해서는 그것을 풀어내며
연주해온 책임자들의 진정한 실력을 가늠해 보기 어려운 때가 많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펀드매니저들과 경제팀의 경우가 그러하다.
재작년 말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뮤추얼펀드들은 작년 한햇동안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1년동안 비용을 공제하고도 9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들도 나왔다.
그러나 그렇게 높은 수익률의 얼마만큼이 펀드매니저의 진짜 실력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상당히 큰 부분이 금융장세라는 뒷바람 덕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의 모든 주식이 오르는 대세상승기에는 어떤 주식을 고르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이 높은 법이다.
실제로 작년 1년간 종합주가지수는 74% 상승했으며 코스닥지수는 2백35%나
올랐던 것이다.
작년 주식시장의 대활황은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들 모두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아마 뮤추얼펀드를 처음 산 투자자들은 1년동안에 15% 정도의 배당을 받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 하다.
펀드매니저들도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얻을 수 있는 목표를 그 정도로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익률이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초과부분의 20%를 성과보수로
펀드매니저 쪽이 가져도 좋다는 약속이 맺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펀드매니저들의 노력과 시장의 호황이 어우러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작년의 일이다.
그러나 금년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많아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매니저들의 능력이 제대로 테스트 받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작년 한햇동안 경제운용의 책임을 맡았던 경제팀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가
적용될 수 있다.
1999년의 거시경제 실적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을 만 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성장률은 두자리 숫자(10.2%)로
올라섰고 경상수지는 2백6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0.8%)에 머물렀다.
실업률도 연초의 8.5%에서 연말에는 4.8%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현란한 실적의 얼마만큼이 경제팀의 실력에 의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상당한 부분은 소위 통계적 착시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여건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들을 덮어두거나 연기시켜 둠으로써 단기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경제팀의 실력 판정을 더욱 어렵게 해준다.
펀드매니저들처럼 경제팀도 작년 경제가 이처럼 좋아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다.
재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경제팀이 최선을 다한다면
달성가능한 목표치로서 성장률은 2%, 경상수지흑자는 2백억달러, 인플레율은
3%로 잡아두고 있었다.
물론 목표치를 넘어서 좋아진 부분을 모두 경제팀의 실력과는 상관없는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대부분의 실적을 경제팀의 공으로만 돌리고 자만하도록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재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통계적 반등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저금리에 의한 증시호황과 기업 수익성
호전을 유발하고 일시적 고도성장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환율의
절상폭과 임금안정, 생산성 급상승 등에 비추어 본다면 인플레는 더욱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경제팀에게도 올해야말로 제대로 참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적지 않은 불안요인들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다 하반기 이후부터는 통계적
착시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국민들은 펀드매니저들과 경제팀의 진짜 실력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
를 작곡, 발표하였다.
"4분 33초"라는 제목의 이 곡은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좋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누구라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는 점이다.
가령 피아노로 연주하는 경우라면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정확하게
4분 33초 동안 건반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침묵의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이 곡을 실제로 연주해 CD로 낸 연주가도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곡만 들어보아서는 그 연주가가 진짜로 실력이
대단한 사람인지, 아니면 악기라고는 손에 대본 적이 없는 음악의 문외한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그 결과만 보거나 듣거나 해서는 그것을 풀어내며
연주해온 책임자들의 진정한 실력을 가늠해 보기 어려운 때가 많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펀드매니저들과 경제팀의 경우가 그러하다.
재작년 말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뮤추얼펀드들은 작년 한햇동안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1년동안 비용을 공제하고도 9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들도 나왔다.
그러나 그렇게 높은 수익률의 얼마만큼이 펀드매니저의 진짜 실력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상당히 큰 부분이 금융장세라는 뒷바람 덕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의 모든 주식이 오르는 대세상승기에는 어떤 주식을 고르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이 높은 법이다.
실제로 작년 1년간 종합주가지수는 74% 상승했으며 코스닥지수는 2백35%나
올랐던 것이다.
작년 주식시장의 대활황은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들 모두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아마 뮤추얼펀드를 처음 산 투자자들은 1년동안에 15% 정도의 배당을 받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 하다.
펀드매니저들도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얻을 수 있는 목표를 그 정도로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익률이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초과부분의 20%를 성과보수로
펀드매니저 쪽이 가져도 좋다는 약속이 맺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펀드매니저들의 노력과 시장의 호황이 어우러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작년의 일이다.
그러나 금년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많아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매니저들의 능력이 제대로 테스트 받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작년 한햇동안 경제운용의 책임을 맡았던 경제팀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가
적용될 수 있다.
1999년의 거시경제 실적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을 만 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성장률은 두자리 숫자(10.2%)로
올라섰고 경상수지는 2백6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0.8%)에 머물렀다.
실업률도 연초의 8.5%에서 연말에는 4.8%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현란한 실적의 얼마만큼이 경제팀의 실력에 의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상당한 부분은 소위 통계적 착시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여건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들을 덮어두거나 연기시켜 둠으로써 단기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경제팀의 실력 판정을 더욱 어렵게 해준다.
펀드매니저들처럼 경제팀도 작년 경제가 이처럼 좋아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다.
재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경제팀이 최선을 다한다면
달성가능한 목표치로서 성장률은 2%, 경상수지흑자는 2백억달러, 인플레율은
3%로 잡아두고 있었다.
물론 목표치를 넘어서 좋아진 부분을 모두 경제팀의 실력과는 상관없는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대부분의 실적을 경제팀의 공으로만 돌리고 자만하도록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재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통계적 반등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저금리에 의한 증시호황과 기업 수익성
호전을 유발하고 일시적 고도성장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환율의
절상폭과 임금안정, 생산성 급상승 등에 비추어 본다면 인플레는 더욱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경제팀에게도 올해야말로 제대로 참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적지 않은 불안요인들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다 하반기 이후부터는 통계적
착시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국민들은 펀드매니저들과 경제팀의 진짜 실력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