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 히로미쓰 < 일본 히도쓰바시대학 총장 >

21세기 세제개혁과 관련해 일본경제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맞고 있다.

하나는 일본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상황이 90년대부터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인데 이는 버블붕괴후 장기간의 경제침체에 따른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의 노년층이 크게 늘고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사회의 고령화는 21세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속도는 어느 선진국
보다 빠를것이다.

이런 변화는 일본재정에 두가지 측면에서 압박을 가한다.

첫째, 현재의 국가채무를 축소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세수확대가
불가피하다.

둘째, 고령화사회로의 전환은 공적연금 양로서비스등 사회보장지출을
증가시킨다.

즉 고령인구의 증가는 복지서비스 수요를 늘려 비고령인구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는것이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일본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세제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된다.

무엇보다 세원 확대 수단이 매우 불완전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제개혁은 개인소득세원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우선 필요하지도 않은 비과세 세액공제 감면 등을 폐지하거나 통합해야
한다.

노인 미망인 취업학생에 대한 공제, 배우자 특별공제, 16~22세 사이의
자녀에 대한 추가 공제, 보험료 감면과 연금적립금 감면 등 기존의 특별
감면제도가 손질 대상이다.

다음은 기타소득으로 분리돼 낮은 단일세율로 원천징수되는 증권거래에
따른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고 종합소득과세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자본자유화 환경에선 자본의 해외도피가 우려돼 자본
소득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어렵기때문에 종합소득세제의 이상적인 형태를
실현시키기가 쉽지않다.

따라서 전통적인 종합소득과세 방식보다는 이중소득과세 방법으로 세제
개혁의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

이중소득과세란 노동소득은 누진과세하고 자본소득은 예를 들어 20% 정도로
비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소비세제는 이미 두차례 개정돼 공평성과 중립성 면에서 상당히 개선됐지만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과세표준을 측정하기 위한 특별간이과세제도로 인해 폭넓게 과세할
수 있는 간접세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특별과세방법은 과세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지만 세원의 확대를 위해서는 연간 매출의 최대한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 일본 소비세제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세율이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사실 현행 5%의 세율은 부가가치세를 사용하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령화와 국가채무 증가라는 상황에서 세수확대를 위해서는 세율을 지금과
같이 낮은 수준에 둘 수는 없다.

셋째, 소규모 영업행위에 대해서만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특별조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소비세의 도입단계에서는 연간 매출이 3천만엔 이하가 면세대상이었지만
국제 관례상 상당히 큰 액수다.

사실 면세점이 높을수록 왜곡현상은 심화되므로 세계적 기준에 따라
1천만엔 정도로 내릴 필요가 있다.

세제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이상적 조세배합을 확립하기 위해 주요 세원의
상대적 배분을 변경하는 것이다.

최근의 세제개혁 결과 경기부양과 관련해 소득세가 삭감됐기 때문에 세수의
상대적 의존도가 소득과표에서 소비과표로 상당부분 이전됐다.

사실 지방세를 포함한 총조세 대비 직접세의 상대적 비중은 지난 92년
76.6%에서 99년 50.5%로 급감했다.

21세기들어 복지서비스및 국가부채상환과 같은 재정수요증대는 세금인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세제개혁의 주요이슈는 소비세율을 어느정도 올릴것인가, 또
올린다면 언제쯤이냐일 것이다.

소비세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 비중과 중요성은 조세체계 안에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소비세가 소득세를 대체하고 고소득층에 우호적으로 누진세율이
완화된다면 분배적 공평성을 유지하고 과도한 부의 집중을 막기위해 동일한
강도로 부에 대한 과세가 강화돼야 한다.

사실 부에 대한 과세는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이해해야 된다.

부와 자산이전에 대한 조세부담이 높아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비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당연히 역진적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세제개혁 기본방향이 지지를 받지못하는 것도 분배적 공평성은
누진소득세에 의해서만 달성될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세로 비롯된 역진적 조세부담 문제는 다음의 두가지 접근방식
으로 해소될수 있다.

첫째 방식은 간접세 과세기반을 확충하는것과 동시에 세원구조의 변경,
부와 자산이전에 대한 중과세등을 통해 전체 세제의 총누진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개인소득세의 과세기반 확충 역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두번째 방식은 재정지출을 통한 저소득층의 후생증대에 의해 분배적
공평성을 높이는 길이다.

물론 기존의 소비세를 사회보장서비스 제공만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소비세율 인상을 다시
고려한다면 목적세의 출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 두가지 방식의 결합이 가파른 누진소득세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누진소득세에 대한 지나친 의존보다 분배효과 및 조세의 중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상적인 배합방안을 찾기란 어렵겠지만 이같은 조세배합방안은 소비와
부에 대한 과세로서 더욱 고려해볼 만하다.

< 정리=박민하기자 hahaha@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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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시 히로미쓰 일본 히도쓰바시대학 총장이 지난 22일
한국경제연구학회가 주최한 한.일세미나 "21세기의 일본경제와 세제개혁"에서
발표한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