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보다는 사람 손으로 만든 옷이 좋다"는 트렌드 세터들의 취향 덕분에
핸드메이드, 오트쿠틔르 열풍은 올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자수를 놓거나 구슬과 스팽글을 다는 등 기계로는 절대 할 수 없고 섬세한
수작업으로만 가능한 장식들이 지난 겨울에 이어 여성들의 사랑을 잔뜩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할머니가 손으로 짠 듯 듬성듬성한 올이 인상적인 니트웨어도 인기 아이템
의 자리를 고수할 것이다.

이런 수작업 트렌드는 옷값을 이전보다 30% 가량은 올려 놓았고 패션인들을
인도와 티베트로 시장조사 가도록 만들었다.

하나하나 손이 가야 하므로 공임비가 이전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또 구슬패션의 원조(?)격인 인도와 티베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싼 값에
스팽글을 달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국내와 해외의 유명브랜드들은 반짝이는 스팽글을 치마 끝단에 다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올 봄에는 옷 전체로 확대시켰다.

구슬 때문에 금속 느낌으로 번쩍거리며 빛을 받으면 파도가 치는 듯한
효과를 보이는 블라우스, 얇고 투명한 시폰 위에 비즈를 팬티모양으로 박아
놓아 아슬아슬하고 섹시한 느낌을 주는 바지 등 구슬은 일부 장식에서 벗어나
컬러와 실루엣처럼 옷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핸드메이드 열풍은 청바지에도 불고 있다.

지금까지의 진은 색상이 블랙이냐 블루냐, 어떻게 물을 빼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졌으며 고작 어떤 핏(Fit)을 그리느냐에 따라 유행여부가
결정됐었다.

대중들에게 진은 패션이라기보다 실용적으로 입는 옷이라는 개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의 주소비자인 젊은층이 청바지를 패션으로 받아들이면서 좀더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영캐주얼 브랜드에서 올 봄 신상품으로 내놓을 진을 미리 살펴보면 블랙컬러
진에 실버컬러를 코팅해 부분 워싱하고 아랫단에 금속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 팬츠 전체에 꽃이 뿌려지는 듯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프린트의 진
등이 있다.

이 모두가 한번의 기계가공으로는 완성할 수 없으며 마지막에 디자이너가
직접 마무리해야 하는 상품들이다.

"소비자들의 눈이 핸드메이드 디자인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더욱 고난이도의
디테일을 원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의 수고와 고민은 갈수록 더해진다"

한 전문가의 말처럼 지금 패션브랜드의 디자인실은 그 어느때보다도 바삐
손과 머리를 움직이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