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은 여성의 시대.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던 자리에 이미 파워우먼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도 이제 낯선 현상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진작부터 여성 CEO(최고 경영자)들이 맹활약중이다.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46)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2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세계 2위 컴퓨터업체에 최초의 여성 CEO다.

세계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에는 여사장이 3명이다.

카렌 프렌시스(37), 신시아 트루델(46), 린 메이어스(57)가 그들이다.

이들은 GM의 미국내 사업부문중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내 자동차 판매대수(연간 4백60만대)의 25%가 그들의 손에 의해
공급된다.

인터넷과 통신 광고계 등에도 수많은 여성 CEO가 진출해 있다.

인터넷 경매기업인 이베이(eBAY)의 창업자 겸 CEO 맥 휘트먼(44), 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의 수석 재무전략가인 조이 코베이(37),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찰스 슈왑의 부회장 다운 레포(46), 아메리칸 온라인
(AOL)의 마케팅담당 사장 잔 브랜트(49)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티그룹의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인 하이디 밀러(47), 오길비&마더의
CEO 셸리 라자루스(53), 보잉의 CFO 데비 홉킨스(44) 등도 자리를 굳힌
인물들.

또 아시아계로 주목받고 있는 화장품 제조회사인 에이번의 사장인 안드리아
정(42)과 유명 연예인인 흑인여성 오프라 윈프리(46) 하포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 캐나다 줄리아 레비 쿼드라 로직 테크놀러지의 수석 부회장(65)도
맹렬여성이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여성 경영자가 늘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 궁루신(62)과 일본 리쿠르트의 고노 에이코 사장,
한국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이 그들이다.

궁은 홍콩 화무그룹 회장으로 재산이 40억달러에 이른다.

에이코 사장은 지난 98년 2천9백억엔의 매출액을 올려 테이코쿠 데이터
뱅크가 "올해의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정치계에서도 여성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파나마에서는 지난해 미레야 모스코스(54)가 대통령에 올랐다.

쿠데타로 얼룩진 파나마에서 등장한 첫 여성 대통령이다.

프랑스 제1야당 공화국연합(RPR)은 지난달 미셀 알리오 마리를 여성당수로
선출했다.

보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여성지도자들의 분투는 눈에 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4) 인도네시아 부통령, 소냐 간디(53) 인도
국민회의당 총재, 아지자 완 이스마 일(48) 말레이시아의 야당 지도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3) 필리핀부통령,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53)
방글라데시 총리 등이 국민적 신임을 얻고 있다.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부통령에 선출됐다.

소냐는 91년 남편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암살된 뒤 98년 주위의 권고로
국민회의당의 당수직을 맡았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의 부인인 아지자 여사는 국민정의당
의 당수로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됐다.

필리핀 아로요 부통령은 필리핀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치의 여성 쌍두마차인 와제드 총리와 베굼 칼레다지아(55)
전 총리 역시 각각 암살된 아버지와 남편의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했다.

미얀마의 야당투사 아웅산 수지(54) 여사는 88년 영국에서 귀국한 후 지난
3월 영국에서 투병중인 남편이 암으로 사망했는데도 가보지 못한 채 국내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베나지르 부토(47) 파키스탄 전 총리는 35세의 나이로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이밖에 지난해 미국 LA타임스 발행인에 여성 경영자인 캐스린 다우닝(47)
사장이 임명됐고 프랑스계 여성변호사 크리스틴 라가드(44)는 미국 최대의
로펌인 베이커&맥켄지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여성, 그들은 더이상 남성을 뒷바라지 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여성 자신들은 "남자들에게 맡겨두었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