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추진 현황 ]

요즘 선진국 금융의 최대 화두는 초대형합병(메가머저)과 겸업화(유니버설
뱅킹)다.

메가머저는 겸업화를 자극하고 겸업화는 메가머저를 부추기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1999년 11월 4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사이의 벽을 허무는
역사적인 금융개혁법안을 90대 8로 가결했다.

대공황시대인 1933년에 도입된 글래스-스티걸법이 폐기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글래스-스티걸법에 따라 은행, 증권회사 및 보험회사들의 겸업을
금지를 해왔다.

따라서 금융개혁법안은 66년만의 대변혁으로 불리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겸업은 결코 낯선게 아니다.

그동안에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규정 개정, 법원판결 등을 통해
겸업이 제한적으로 있어왔던게 사실이다.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장기주택저당 대출과 기업금융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2년이내에 글래스-스티걸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보험업무를
분리하는 조건으로 1998년 씨티뱅크(은행)와 트래블러스그룹(증권 보험
신용카드 부문의 금융회사)간 합병을 승인받았다.

이미 은행 증권 보험업무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은행업과 다른 금융업간의 분리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법을 바꾼 것은 비록
최근의 일이지만 겸업화 토양은 이처럼 마련돼 있었다.

금융전문가들은 법안 통과를 계기로 미국 금융권에서 인수합병이 붐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야를 영국 독일 등 유럽으로 돌리면 금융업간의 장벽이란건 사라진지
오래다.

영국의 대형 금융그룹들은 지주회사를 통해 산하에 결제은행(일종의
상업은행)과 머천트뱅크(투자은행)을 거느리며 종합금융화를 이루고 있다.

원래 머천트 뱅크는 증권업종 중개업무나 딜링업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86년의 금융개혁(빅뱅)으로 이들 업무가 허용되자 증권브로커와
딜러회사들을 대거 인수해 종합증권사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보험업 진출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험회사들도 다른 금융업에 진출하는 등 종합금융화와 겸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럽 각국의 금융산업 구조는
유니버설 뱅킹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진국 은행이라고 해서 모두 겸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일본 은행들은 예외다.

그러나 일본 은행들은 메가머저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노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이이치간교, 후지 및 니혼고교은행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2002년
봄까지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도 소비자금융, 기업금융, 투자은행등 전문화된 기능별로 구성.재편
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카이와 아사히 은행도 2000년10월에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일본 최초의
다지역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스미토모와 사쿠라 은행은 지분 및 인력 교환 등에서 상호 협력하는 전략적
제휴를 선언하고 2002년 4월을 목표로 완전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고교 은행은 자산규모 면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초대형 은행이 된다.

더구나 이들 세 은행의 합병은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일본 최초의
유니버설뱅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이이치간교, 후지은행은 소매금융, 니혼고교은행은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업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스미토모+사쿠라"는 합병후 세계 2위가 된다.

현재 전세계 금융산업은 겸업화와 메가머저라는 회오리 속에 휩쓸려 있는
형국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