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탈국경화는 전자상거래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세계 어디서든 다른 나라 상품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상점 아마존 닷컴(amazon.com)은 국경없는 상거래의 가장
좋은 예다.

이 회사는 매장 하나 없이 전 세계 1백60여개국 소비자들에게 책과 각종
상품을 팔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마존 웹사이트에 들어가 클릭만 몇번 하면 전세계 어디서 나온
책이든 거의 다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그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은 1997년 2백60억
달러에서 오는 2001년에는 3천3백억달러,2003년엔 1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상거래가 얼마만큼 탈국경화를 부추길지는 여기에 관세를 부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자상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인 인터넷에는 사실상 국경이 없다.

여기에 관세까지 물리지 않는다면 순풍에 돛을 단 격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당분간 전자상거래에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 약속은 한시적이다.

이 합의를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각국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를 영원히 면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시장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현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전자상거래 발달 속도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해 이 주장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덜 발달한 개도국들은 관세 면제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전자상거래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인정하지만 무관세화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막상 관세를 영구히 면제시키면 미국의 인터넷기업들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자국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전자상거래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유럽도 전자상거래에 기존 무역과 같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도국과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가 가져오는
탈국경화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탈국경화는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