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IMF 졸업문제가 제기됐다.

이번에는 IMF의 피셔 부총재가 얘기한 만큼 정부도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족히 5년은 걸릴 것이라던 업고를 불과 2년만에
끝냈으니 말이다.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여건만 허락된다면 축포라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일
게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 피셔 부총재의 IMF 졸업에 대한 언급은 액면 그대로
선언적인 의미만 지닐 뿐이다.

오히려 위기처방에 끊임없는 비난을 받아온 IMF가 한국을 IMF 처방의
모범국으로 부각시키려는 숨은 의도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흔히 IMF의 졸업은 세가지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IMF의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더 이상 IMF와의 정책협의가 필요없게 되는 시기다.

둘째는 IMF로부터 받은 지원자금을 모두 상환하는 일이다.

셋째는 IMF 체제를 겪게된 원인을 모두 치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달성한 것이 없다.

일단 이번에 IMF는 정책협의를 내년말까지 못박았다.

구제금융도 지금까지 받은 1백95억달러 중 1백35억달러만 조기 상환한
상태다.

IMF 체제의 원인을 치유하는 문제는 논외다.

현재 우리 경제는 어떤가.

현 정부의 최대업적으로 꼽고 있는 성장률 10%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개각과 총선을 의식한 일부 각료와 정치권이 공명심에 들뜨다 보니
재계나 노조도 제 목소리 내기에 바쁘다.

사회분위기는 더하다.

지난해 못해서 그런지 연말연시를 빌미로 한풀이성 과소비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유가 어떻든 간에 IMF 졸업문제를 꺼내 기름을 부을 필요가
있을까.

과거 멕시코가 IMF에 의해 공식적인 졸업선언 이후 불과 1년만에 국제투기
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위기상황이 재연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IMF 졸업은 현재 광범위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완료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시스템 리스크까지 끝나야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