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파장과 대응 ]

내년에 한국경제의 대외환경은 그다지 밝지 않다.

국제교역환경은 뉴라운드협상 결렬과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감안할 때
"무역위기(trade crisis)의 해"라 부를 만큼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 초부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금의 고유가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외가격변수는 우리에게 그다지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엔화 강세를 배경으로 한 "1달러=1유로=100엔"의
등가구도가 지속될 경우 이는 우리경제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들어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전자, 조선이 일본
과의 경합관계가 높으면서 환율에 민감한 업종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정부가 환율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다.

내년에 엔고라는 긍정적인 요인을 빼면 대외무역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만큼 통화당국은 환율 등 외환정책을 우리 경제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내년에 국내외환시장의 여건을 살펴보면 특히 상반기에는
원화 가치상승이 우려된다.

대외적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외화수급면에서도 총선전까지는 활발한
경상거래및 자본거래로 외화(달러)가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거래 자유화도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개입효과도 일시적이다.

따라서 직접개입보다는 외환시장 주변여건을 정리하고 정책변경을 통해
외화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선별적인 외자유치정책이 필요하다.

진짜 쥐를 잡을 수 있는 외자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기자금은 조기경보체제와 가변예치제 도입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1달러=1유로=100엔"의 구도 아래서는 중국 위안화 절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이 내년 상반기중 WTO에 가입한후 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 성장률
이 연평균 0.5%포인트 높아질 경우 위안화 절하문제는 검토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년에 "1달러=1유로=100엔" 구도가 유지되면 "1달러=1,000원"을 "1달러=
100원" 혹은 "1달러=1원"으로 하는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 논의도
일각에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디노미네이션은 외환위기가 끝나가면서 우리경제의 국제위상 제고와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크고 정치권을 비롯한 경제 외적인
여건이 불안하다는 사실이다.

경제 내부적으로도 아직까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다간 부작용만 크게 노출될
우려가 높다.

특히 내년에는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1달러=1유로=100엔" 시대에서는 자본거래가 용이해진다.

내년말에는 외환거래 2단계 조치까지 계획돼 있다.

하루 빨리 외환시장 인프라를 갖춰 나야 한다.

기업은 수출구조를 고부가.고기술 상품위주로 고도화해야 한다.

품질 디자인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 "1달러=1유로=100엔" 시대에 맞게 원화의 디노미네이션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