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

트럭에 몸을 싣고 서울 성수공단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말이 헬스장이지 공장내 빈공간에 비닐로 칸을 막아 만든 간이시설이다.

이곳에는 각종 운동기구 20여종이 설치돼 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 대여섯명이 벌써 와서 몸을 풀고 있다.

헬스장 한쪽에는 옷장과 소파 책상이 있다.

주위 쓰레기장에 주워온 것이다.

멀쩡한 채로 버려지는게 아까워 재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 옆에는 고구마를 굽는 드럼통이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전 고구마를 은박지에 싼뒤 구멍에 넣고 불을 지핀다.

장작을 때면 난방도 되고 운동 후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다.

호호 불면서 먹는 군고구마의 맛은 역시 최고다.

우선 목운동부터 시작한다.

이어 발바닥운동 허리운동 이어서 팔운동으로 이어진다.

윗몸일으키기와 거꾸로서기 걷기와 조깅으로 들어간다.

운동중에는 뉴스를 듣거나 회화테이프를 틀고 일본어공부를 한다.

6시반부터 7시반까지 한시간 운동을 하면 온몸에서 열이난다.

등줄기에 땀이 밴다.

여름에는 공장 한쪽에 있는 수도를 틀고 샤워를 하겠지만 겨울에는 여의치
못하다.

준비해온 내의를 갈아입는 것으로 족하다.

이렇게 간이헬스장에서 운동한지가 4년이 넘었다.

그전에는 집주위 아파트단지에서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했다.

등산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주말마다 도봉산이나 북한산을 오른다.

등산경력은 30년이 넘는다.

내 나이 이제 66세.

남들이 주책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운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도 고생을 많이 했다.

개성에서 혼자 피란 나와 무교동에서 사환노릇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제대로 끼니를 때우지 못할 정도였다.

건강이 엉망인 것은 물론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북한산에 오른 적이 있다.

봄이 와서 새싹이 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지랑이를 본 순간 현기증을 느끼고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제 아지랑이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허약했던 것이다.

지금은 청년시절보다 건강상태가 더 좋다.

주위에서는 40대나 50대로 보기도 한다.

얼마전 북한산을 오르는데 64세이상은 무료라고 씌여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올라갔다.

그랬더니 관리인이 왜 입장료를 안내느냐고 물었다.

64세가 넘었다고 했더니 점잖은 분이 왜 농담을 하시냐며 빨리 1천원을
내라고 다구쳤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후로는 매번 돈을 내고 산을 오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