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디지털 전도사"임을 자처한다.

새천년 기업의 생존은 디지털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디지털 분야가 한국 전자산업이 선진국을 앞설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라고 확신한다.

아날로그 전자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늦게 출발, 항상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처지였다.

"디지털은 다르지요. 선진국도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입니다. 우리도
디지털TV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등 디지털산업의 대표적 제품 분야에선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그는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세계 제패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구 부회장은 그래서 디지털 시장 선점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는다.

그는 얼마전 구본무 회장 등이 참여하는 LG그룹 회장단 회의를 뒤로 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빌 게이츠 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디지털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디지털 포럼에 참석키 위해서였다.

세계 디지털 시장 흐름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선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디지털은 주류 흐름을 놓치면 따라잡기 힘듭니다. 1등한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까닭입니다"

그는 LG전자의 디지털화를 위해 문화 사업 경영방침 등을 이에 맞도록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결재를 PC로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엔 생일 결혼 등 기념일을 맞은 임직원들에게 전자 축하카드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

사업 분야에선 디지털TV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디지털 관련기기
를 미래 승부사업으로 보고 집중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디자인 개발에도 열심이다.

전경련 산하 디자인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기업문화도 디지털화하는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를 위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 마련에 한창이다.

출퇴근이나 근무 복장 규정 등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윤진식 기자 js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