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 총리는 21일 국민회의와 합당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지난 7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 총리간 워커힐 회동 이후 불거져
나온 공동 여당간 합당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될 전망이다.

김 총리는 이날 남미순방을 마치고 귀국,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대통령이 합당을 하자고 요청하면 "생각하신대로 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겠다"며 공동여당간 합당요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장단점은 있겠지만 정치의 내일을 생각하며 2~3개 정당이
내각제로 연립해 공조하면서 민주주의를 이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각제 추진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우리당은 우리의 갈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면 된다"며
"합당보다는 제대로 된 정당으로 걸어가고 국민회의와 공동으로 정권을
세웠으니 끝까지 함께 하는 게 순리다"며 양당 공조를 재확인했다.

김 총리는 양당합당 가능성에 대해 "어쩔 수 없다"며 합당불가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그래도 양당관계에 조금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같은 뜻을 22일 김 대통령을 방문, 전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가 이날 귀국 직후 합당불가 입장을 서둘러 밝힌 것은 지난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같은 뜻을 전했음에도 불구, 양당 합당론이 불식
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순방기간중 박태준 총재를 중심으로한 자민련 내부에서 합당
반대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나타나 김 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따라서 김 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합당론에 따른 내분의 조기 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합당 반대론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재 자민련에서는 지난 20일까지 55명의 의원중 서울권을 제외한 47명이
합당 반대에 서명했으며 합당시 탈당하겠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온 상황이다.

< 김형배 기자 kh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