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임금 노동제도 아래에서 임금은 노동력을 판매한 가격이며 이는
노동력을 구입한 사람이 지급한다.

노동력 판매단위는 시간을 기준하므로 임금제도는 월급제가 아니라 시간
급제다.

노동자는 시간단위로 노동력을 판매해 사용자,즉 노동서비스 구매자는
시간단위로 계산된 임금을 주단위 또는 월단위로 지급한다.

바로 이것이 노동력제공의 유무 장단을 불문하고 보통은 기본급식 (sitos),
노동력부족시는 기본급식에 더하여 추가급식 (opsonion) 으로 연중 부양되던
노예노동과 자유노동이 다른 점이다.

급부 반대급부를 기본원리로 하는 시장(교환)경제사회에서 노동력 지출이라
는 급부가 없으면 임금지급이라는 반대급부가 있을 수 없다.

노동력 지출없는 임금 지급을 법이 인정한다면 같은 논리에 의해 남의
물건을 돈안주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력 급부가 없더라도 임금 중 일부인 생활급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옳지 못한 것이었다.

노동력 지출의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당연히 노동서비스를
제공받은 당사자여야 한다.

앞집 잔디를 깎아준 정원사에게 뒷집 주인이 노임을 준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같이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장기간
말썽이 되고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노조전임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바꿔 말해 노조전임자의 노동서비스를 받은 주체는 누구인가.

노조전임자란 용어가 말해주듯 그는 노동조합이고 해당 노동조합원이다.

따라서 노조전임자 임금은 당연히 노동조합이 조합비를 거두어 지급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하므로 노조측이 강변하는 것과는 달리 노조전임자 임금을
사용자가 지급하는 사례는 제대로 된 교환경제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의 태프트 하틀리법처럼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사용자에 의한 노조전임자 임금부담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자금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가 전임자 임금지급능력이 없는 이유로 우리는 전임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것과 과거 조합비를 장학기금 등 노동조합 본래의 용도 이외에 쓴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엽말단이고 문제의 근원은 노조 조직이 실질적으로는 산업별
조합이 아닌 기업별 조합 형태를 취했다는 데 있다.

조합이 40여개의 명실상부한 산별조직으로 돼 있다면 3천5백26개 조합에
있는 6천5백98명의 상시전임자, 1천5백93명의 반전임자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산별조직을 구성하는 기업단위조합에도 지부장 이하 사무요원이 필요하겠지
만 이들은 전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조합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니 노조측은 전임자 임금지급이란 불법적 요구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동질성이 강한 산업끼리 50개 안팎의 산업별 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바꾼다면 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지급할 경제적 기반이 생길 수 있다.

산별조합은 사용자단체(예컨대 섬유노조에 대한 면방협회 또는 화섬협회)를
대상으로 전국 규모의 노동조건을 단체교섭에 의해 결정한다.

한편 기업의 노조지부장은 사용자측과 노사협의를 통해 자기회사 실정에
맞게 노동조건을 상향조절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가 이같은 조직개편을 하더라도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몇천명 되는 전임자들 생계를 보장해줄
능력이 당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소 구차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에 노사가
합의한 해결책이 있다.

즉 종래 전임자임금으로 지급하던 돈을 노조지원금으로 기부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측은 전임자임금으로 지급하던 임금비용을 3년간 또는 5년간 매년초에
양대 노총에 적절히 배분지급하고 3년~5년이 지난 다음에는 이를 전액 노동자
임금인상에 투입하도록 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문제해결을 막고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중 하나로 우리는
노동부장관 및 노사정위원장 등 노사문제에 관한 정부측 최고책임자가 3대에
걸쳐 계속 비노동전문가라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은 본래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젠다 넌아젠다조차 구별못하고 합해서 반나누기식 처방만
내리고 있다.

노사쌍방이 신뢰하는 노동문제 전문가를 장관 위원장에 임명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 jclim@kcesr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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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노사관계발전 대토론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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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