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다 미요지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건축기사로 우리나라 고대건축 연구에
몰두한 인물이다.

그는 8세기께 건축된 한국의 대표사찰과 석탑및 석굴암을 치밀하게
측량하고 분석 고찰했다.

그 결과 1940년 "석굴암 조영계획에 관한 논고"를 통해 석굴암 조영에는
당척(29.7cm, 1곡척은 30.3cm)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석굴암의 평면과 입면은 한변을 12당척으로 하는 정사각형과 그
대각선을 응용했으며, 대좌를 포함한 불상의 높이는 석굴 평면원의 반경인
12당척이 만드는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와 같다고 밝혔다.

그가 당척으로 환산한 본존불의 크기는 앉은키가 1장1척5촌, 무릎폭이
8척8촌, 어깨폭은 6척6촌으로 이는 당나라 현장법사(602~664)의 "대당서역기"
에 나오는 대각사의 불상 크기와 일치한다.

요네다는 석굴암 설계의 기준이 당척이었던 것과 달리 백제건물인 부여
정림사 오층석탑엔 일본 호오류유지 등 아스카시대 건축에 쓰인 고려척
(35.15cm)이 사용됐다고 적어놓았다.

고려척은 고구려척의 준말로 기전척이라고 하며 신라의 황룡사와 다보탑,
익산의 미륵사 건축에 쓰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삼국시대 건축의 기본척도중 하나로 여겨지던 당척이 경기도 하남
이성산성 저수지터에서 발굴돼 각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한양대박물관이 10여년째 계속중인 발굴지에서 나타낸 이 자는 전체길이가
29.8cm며 9개의 눈금을 같은간격으로 새겨놓았다 한다.

고건축 연구의 경우 고려시대 이전 자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이번 당척의 발견으로 획기적 전기가 이뤄지리라는 소식이다.

강우방 경주박무로간장은 석굴암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예술적 종교적
진리를 정확한 척도에 의한 합리적 배열과 연쇄의 법칙으로 나타낸 결과라고
얘기한다.

자(척도)는 이처럼 정확하고 합리적인 생활의 근거다.

정확한 자와 그에 근거한 균형있는 구조물은 아름답다.

당척이나 고려척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정교한 자와 계산술로 만들어지는
오늘날의 건축물이 삭막한데다 무너지기까지 하는 건 무슨 까닭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