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태(66)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은 "한국 정보산업의 산 증인"이자
"정보통신업계의 대부"로 불린다.

지난 80년 동료 6명과 벤처기업 형태로 삼보컴퓨터를 설립한 그는 20년
가까이 정보통신 한 우물만 파왔다.

PC생산 데이터통신 케이블모뎀 인터넷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계열사 수도 늘렸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중심축을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삼보컴퓨터 계열사인 두루넷이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시장
에 상장되고 미국 현지판매법인 이머신즈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그의 사업
전략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 회장과 삼보컴퓨터에서는 그 해답이 "전문화와 집중화"에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유타대(이학박사)를 나온 이 회장은 70년부터
10년 이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산 컴퓨터 개발업무를 맡았다.

이때까지 그는 "순수한 연구원"이었다.

그의 눈에도 중.대형 컴퓨터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너무 커 실효성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소형 개인용 컴퓨터(PC) 쪽에서는 한국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이 나래이동통신 두루넷 메타랜드 등을 포괄하는 그룹
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 스스로도 "정보통신 전문그룹을 표방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도 다른 분야는 건드리지 않겠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틀 안에서는 유연하게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머신즈가 현지 유통업체 프리PC를 매입했듯 삼보컴퓨터도 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인터넷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앞으로 "가능성 있는 유망 기업을 골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다.

이는 손정의가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확장전략에 곧잘 비교된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전적으로 투자 업체인데 반해 삼보컴퓨터는 제조와
서비스 기반을 갖춰 기반이 더 든든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그룹의 양축 가운데 삼보컴퓨터는 장남 이홍순 사장, 나래이동통신은
차남 이홍선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 전경련부회장
숙명여대재단이사장 국무총리정책자문위원 등으로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