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삼 < 금강기획 사장 sschae@creative.diamond.co.kr >

요즘 스님들이 쓴 책이 인기다.

그 원조격인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어 왔다.

최근 새로 나온 개정판만 벌써 1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올해 최고 베스트셀러인 원성스님의 산문집 "풍경"은 8월말에 출간돼
24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하루 평균 2천부 이상 판매된 셈이다.

뒤늦게 가세한 현각스님의 구도기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도 나온지
한달이 안돼 벌서 9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물론 많이 팔렸다고 무조건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광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반인의 독서 취향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사와 추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현상으로 받아 들여진다.

밀레니엄을 화두로 디지털이니, 네트워크니 하며 온통 첨단 기술의 신천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그 반대편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모습이나, 미국 최고
명문대학출신으로 엘리트 길을 포기하고 먼 이국에 와서 구도의 삶을 사는
모습만으로도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일로
여겨진다.

현대인은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 오는
각성의 목소리를 누구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내면의 영생과 깨달음을 위해 수도자의 길을 선택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각종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인류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는 것도 구도의 길 만큼 중요한 것이다.

"배타적인 것은 진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천년을 맞아 모두가 들떠 있지만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살펴볼 줄
아는 아량과 수양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님들이 쓴 책을 통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