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백34개국 통상장관들은 오는 30일 "애머럴드도시"라는 애칭을 가진
미국 북서부 해안도시 시애틀에 모인다.

이들은 21세기 세계교역질서를 새로 짜기위한 "뉴라운드" 출정식을 갖고
3년으로 예정된 마라톤협상의 기본의제를 담은 선언문을 채택한다.

새로운 천년을 한달 앞두고 열려 "밀레니엄라운드"라고도 불리는 이 협상을
통해 새 세기에 걸맞는 국제통상질서의 윤곽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있다.

지난 95년 UR(우루과이라운드)체제가 출범했을 당시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은 미진한 상태로 마무리지었던 농산물과 서비스분야 협상을
2000년부터 시작하기로 약속했었다.

하필 뉴라운드가 아니라도 농산물과 서비스분야의 추가시장개방을 위한
협상은 내년부터 시작하도록 일정이 잡혀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UR이후 인터넷무역을 비롯한 새로운 교역이 태동한데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이 공산품관세인하등 다른 통상쟁점들을 함께
논의하자고 공론을 모아왔다.

그 결과 당초 농산물과 서비스분야에 한정됐던 다자간협상이 "뉴라운드"라는
포괄적인 통상협상으로 커진 것이다.

전자상거래에서 남녀평등문제에 이르까지 수많은 의제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핵심은 농산물 서비스시장개방 공산품관세인하 노동과 무역의 연계 등
몇 가지로 국한될 것이 같다.

"더 열린 지구촌경제시대"를 구현하자는 뉴라운드의 출범취지와 지향점은
근사하지만 구체적인 사안별 협상은 험로의 연속일 것 같다.

협상참가국이 1백34개국이나 되는데다 부국과 빈국, 농산물수입국과 수출국,
자유무역 신봉국과 아직은 보호주의에 의존해야하는 나라들이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애틀 출정식을 앞두고 WTO 주요회원국들은 이미 여러차례 물밑 접촉을
가졌으나 지금까지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향후 뉴라운드 협상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각료 선언문
초안을 시애틀에 가지전에 미리 만드는 것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WTO는 농업을 비롯한 주요 쟁점별로 서로 상충되는 견해를 전부 수록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시애틀 각료회동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난제는 농업분야를 둘러산 갈등과 UR체제를 경험하면서 시장개방에
회의적인 개도국들을 달래는 것.

농업은 특히 보조금감축이 난제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수입국에
대해 보조금을 비롯한 시장장벽을 과감히 낮추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입국들은 "입장 불변"을 고수하고 있는상태다.

특히 뉴라운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심각하다.

미국은 농산물과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자국이 유리한 분야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 농산물과 서비스는 UR당시 이미 약속했으므로 이것부터 우선
해치우자는 주장을 줄곧 펴고있다.

게다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계에는 보호주의 회귀조짐이 완연하다.

이때문에 뉴라운드를 확고하게 추진할 리더쉽이 UR에 비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흐름속에서 중국이 WTO에 전격적으로 가입함으로써 뉴라운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중국이 대변하고 나설 경우 협상의 진로가 혼미해질
수도 있다.

아무리 난제들이 산재해있다고 하더라도 뉴라운드가 출범도 못해보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준비작업의 난맥상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회원국들의 "탐색전"으로 풀이된다.

< 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