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선 가운데 고유가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소비의 성수기를 맞은 시점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시한(내년
3월)을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고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석유재고가 줄었다는
소식 등이 원유가를 밀어올렸다고 한다.

가격상승을 예상한 투기꾼들의 사재기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거의 1백%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즉각적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더구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돼 있고 에너지의 효율 또한 지극히
낮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 해 11월 배럴당 10.92달러(북해산 브렌트유)를 바닥으로 꾸준히 상승
하던 원유가는 지난 달 중순 20달러선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며 급등세로 돌아서 91년 1월의 걸프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유종과 인도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배럴당 최고 26.7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BBC방송은 올 겨울 배럴당 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에너지연구소는 OPEC가 내년 말까지 감산정책을 고수할 경우 내년
4분기엔 35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각각 내다봤다.

1,2차 석유파동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두렵다.

산업자원부의 분석에 따르면 원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원유
수입액은 8억7천만달러가 늘어나고 국내 유가는 l당 14원이 오르며 국내
소비자물가는 0.09%포인트 오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8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무역수지는 34억달러가 줄어들고 소비자물가는 3.04%포인트가 높아
진다고 분석했다.

원유가의 상승은 대체관계에 있는 석탄값까지 밀어올림으로써 에너지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가 고유가에 대응할 수단은 덜 쓰고 아껴쓰는 길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환란 이후 인기를 끌던 경차가 어느 덧 찬밥신세가 된 것처럼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석유소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에너지절약 쪽으로 돌려놓으려면 지금까지의 저에너지가격
정책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하루 빨리 현실화돼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절약 캠페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