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에서 계열사끼리 내부경쟁을"

롯데그룹이 해태음료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신격호 롯데 회장의
"독특한 경영기법"이 새삼 화제다.

신 회장은 같은 시장에서 계열사끼리 서로 치열하게 싸우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이 대표적인 예.

두 회사는 8천억~9천억원규모인 빙과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히트상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내 빙과사업비중은 롯데삼강이 40%선으로 롯데제과(35%)보다 많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롯데제과가 38%선으로 16%선인 롯데삼강을 앞서 있다.

롯데그룹으로선 두 회사를 통해 빙과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는 대외적으로는 경쟁하지만 롯데제과가 롯데삼강의 지분을 10.7%
가량 보유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같은 식구"라는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돼
있다.

신 회장의 이런 경영술은 최근 해태음료 인수업체로 롯데그룹이 유력시
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이 일본계 컨소시엄을 통해 해태음료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는
국내 음료시장(2조4천억원규모)의 양대 라이벌인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를
사실상 한울타리에 두게 된다.

이럴 경우 "제2의 롯데제과 롯데삼강 구도"처럼 롯데라는 그늘밑에서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특히 롯데칠성은 영남권, 해태음료는 호남권에 각각 기반을 두고 있는
이질적인 정서와 20여년간 음료시장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관계 등을 감안할
때 해태음료가 롯데영향력 안에 들어가더라도 경쟁양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