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원대연 대표는 "패션 업계의 해결사"로 불린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사를 맡아 단기간에 정상화시키는 경영수완을 두고
주위에서 하는 말이다.

IMF 경제위기 충격이 몰아칠 즈음인 지난 97년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의류부문(에스에스, 지난 7월 제일모직에 통합)을 맡고 있던 그는 한발 앞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부실사업과 중복.비효율 브랜드를 정리했다.

또 과잉인력은 일방적 사업 철수 대신 분사를 통해 줄였다.

분사 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인센티브도 부여했다.

지난해 신사복 공장을 떼어내 설립한 안양패션센터가 대표적인 사례.

1년만에 50억원의 경영개선 효과를 거둬 직원들은 평균 6백만원의 인센티브
를 받았다.

이같은 발빠른 행보는 경영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조1천8백22억원에 경상이익 6백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원 대표는 패션 한 길만을 고집해온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73년부터 줄곧 의류와 섬유쪽에서만 일했다.

"섬유.패션은 고부가가치의 선진사업"이라는 그의 사업관은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것이다.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그의 노력은 "일류화와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90년대 중반 일류화 사업에 나서 신사복 카디날과 프린시피오, 골프의류
아스트라에 대해 국내에서 첫 명품인증을 받았다.

패션산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아는 그는 지난 93년
삼성패션디자인연구소를 세웠다.

건립후 3년에 걸쳐 37억원을 쏟아부어 패션 데이터 베이스도 구축했다.

그는 스포츠 마케팅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를 통해 선전한 아스트라의 간접 홍보효과는 엄청나다.

매출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스트라는 미국 진출 첫해인 올해 수출 4백만달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의류 패션사업은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시장 변화를 따라 잡으면 고부가
가치를 내는 첨단산업입니다"

그는 "패션 브랜드는 숫자로 따지기 힘든 무궁무진한 가치를 갖는다"며
"세계 6위의 의류 생산국인 우리가 세계적인 브랜드 하나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아쉬워 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엔 거침없이 "세계 일류브랜드 육성"을
꼽는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