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우 < 한솔개발 대표 jwnam@hansol.co.kr >

요즘 DDR(Dance Dance Revolution)란 오락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DDR는 5백원짜리 동전을 넣고 화면의 화살표에 따라 발판을 밟으며 춤추는
기계다.

기존 컴퓨터 오락게임의 지적 즐거움과 함께 몸까지 놀림으로써 대리만족을
얻는 고도의 테크놀로지 장난감인 셈이다.

DDR뿐만 아니다.

오락실에선 기타나 드럼을 연주할 수 있다.

골프까지 즐길 수 있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기계의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스피드건이 달린 게임기도 있다.

마치 진짜 투수가 투구하듯 자신도 공을 던져 볼 수 있다.

뮤직 비디오 자판기도 나왔다.

배경화면을 골라 춤추고 노래하면 그 모습이 그대로 담겨진다.

자판기 커피나 자판기 담배 정도에만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문화도 즉석
구매하는 요즘의 세태는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젊은층에 급속히 번지는 DDR나 뮤직비디오 자판기 등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형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일방적인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일회적이고 즉흥적으로 바뀌고 있음도 알게 해 준다.

사람들은 스타를 바라보고 환호하는 데만 만족하지 않는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를 원한다.

직접 체험을 갈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발달한 전자산업의 지금 그것을 게임이란 형태로 차용해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흐름은 꾸준하게 변해왔다.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되던 70년대 문화가 그 시대의 억눌린 자유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면 90년대는 서태지로 대변되는 감각적인 문화가
지배했다.

그런 변화속에서도 소비형태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의 소비형태까지 바뀌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변화한 소비형태, 눈부신 테크놀로지의 발달.

DDR와 뮤직비디오 자판기 등은 소비자가 원하는 히트상품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를 암시하는 좋은 사례인듯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