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계속 공전됨에 따라 산적한 민생현안법안들의 처리가 늦춰져
이에 따른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여당은 15일부터 일단 예산안과 부수법안의 단독 심의에 돌입할 예정이나
민생법안들이 산적해있어 이들 안건이 졸속 심의되거나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부패방지법 등 민생.개혁법안의 회기내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국민회의 정책위도 14일 민생법안의 심의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 재경위에 계류중인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처리가 지연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청량음료 설탕 등 식.음료품,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화장품
피아노 등 생활용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정부는 11월부터 이 법안을 시행하려 했으나 국회 심의가 늦어져
소비자들은 10~20%의 가격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이미 대리점들이 특소세를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에 돌입,
법 시행시기가 늦춰지면 제조회사와 대리점간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에 1년이상 계류돼온 민법 개정안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친양자제 신설, 재산상속 한정승인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전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만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내국세 총액의 13.27%인 지방교부세의 법정교부율을 15%로 상향조정
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개정안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 지방교부세가 낮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내년에 법정교부율 인상을 전제로 지방예산을 편성한 자치단체들은
행정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 거래제를 개선하고 농수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가격안정에 관한 법"개정안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
돼야 할 안건으로 꼽힌다.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내년 5~6월께 법이 시행되지 않으면 가격
등락폭이 큰 무우, 배추, 마늘, 양파 등에 대한 가격조절 수단이 없어져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부터 무려 20여년간 논의돼왔던 "결함제조물책임법(PL법)"도
소비자가 원활히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통신비밀보호법, 국민건강보호법, 남북협력기금법, 통합방송법,
약사법, 개발제한구역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민생과 직접 관련이 있는
현안들도 국회에 산적해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