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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금리에 손대지 마라? .. 노성태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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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간 명화중에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3년)"라는 작품이 있다.

    장 가방과 잔 모로가 열연한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영화인데 돈과 우정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 제목을 연상케 하는 현상들이 요즈음 각국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한데 대해 정부측이나 투자자들은 "금리에 손대지 마라"는 주문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란 돈을 빌려준 대가로 받은 것이므로 돈의 값이라고 본다면
    금리에 손대지 말라는 것은 돈에 손대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이는 결국 돈을 함부로 풀거나 거둬들임으로써 금리를 오르락 내리락하게
    하지는 말아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오래전부터 미국증시의 활황과 인플레 재연 가능성에 관해
    우려를 표시해 왔다.

    그래서 금년들어 6월과 8월의 두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주도해 온 바 있다.

    더욱이 오는 16일의 FRB 공개시장위원회 모임에서 또다시 금리인상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클린턴 행정부와 투자자들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를 각각 0.5%포인트 및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들은 유럽경제의 회복속도가 빨라, 인플레 예방을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 총재는 이미 물가압력을 걱정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8일 발표된 한은의 보고서는 최근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하락했다고 추정하고 인플레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멀지않아 통화긴축과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금리를 인상하면 총수요가 줄어들어
    인플레가 낮아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밖의 현실세계에서는, 특히 한국과 같이 특이한 구조와 체질을
    가진 경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처방이 오히려 인플레를 악화시키거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갈때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여 나간다면 수요압력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경직성이 이러한 조정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기업은 늘어난
    금융비용을 모두 제품가격에 반영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므로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기업의 부채가 많고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한 한국경제의 현실에 부합하는
    설명이라고 하겠다.

    경제평론가 조지 브록웨이는 단순한 수치계산으로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FRB는 지난 1913년에 설립된 이후 38년간은 금리 안정에 진력해 왔다.

    그러나 1951년 이후부터는 인플레를 잡는다는 구실하에 금리가 오르는 것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했다고 한다.

    그 결과 금리안정기였던 처음 38년간 미국물가는 1백63% 상승에 그친 반면
    51년 이후의 38년간(금리불안기)에는 물가가 오히려 3백77%나 올랐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이 인플레를 부채질하는 정도에서만 그쳐준다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 하는 우리 경제에 있어서 섣부른 긴축정책
    도입은 기업의 채산성 악화 및 연쇄도산을 불러올 것이고 금융위기를 재연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해야할 것이다.

    자금순환통계에 의하면 최근 우리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과 회사채의 합계가
    대략 6백조원이라고 한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기업의 비용은 6조원이나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부실은 금융부실로 곧장 연결될 것이므로 그간의 기업개혁과 금융
    개혁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직후에 IMF의 권고에 따라 실시된 금융긴축기간중
    시장금리는 2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적이 있었다.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던 당시에 기업
    들이나 우리 경제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짐작가는 일이라고
    하겠다.

    금융정책당국으로서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을 때 남보다 앞서 물가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금리의 인상보다 금리를 안정시키는 쪽이
    물가와 금융의 안정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이틀간 금리안정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1조원 규모의 돈을 풀어서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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