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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통일 독일 10주년...가야할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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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무트 콜 < 전 독일 총리 >

    11월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만 10년째 되는 날이다.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서 통독 10주년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통독은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구 동독에서는 최근 공산당 세력이 지지기반을 급속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공산당의 재기 현상은 중유럽과 동구, 동남부 유럽지역에서 광범위
    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통독 이후 구 동독의 공산당 지지자들과 당원들은 재정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

    통일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과거 공산당 정권에 표를 던지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동독지역에는 아직 통일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당수의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이들이 마음으로 외부변화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일자리등
    현실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옛 서독지역이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이 헛됐다는
    뜻은 아니다.

    한 조사통계에 따르면 60~90%의 독일 국민들이 "통일은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조사는 믿을 만한 것이고 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 국민들이 통일 이후 상황에 어울리는 사고방식과 생활
    스타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통일 이후의 경제및 사회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아직 5~8년 정도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구 동독지역 기업들중 95%가 아직도 동구권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기간이 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외교정책이 일관성을 갖는 것도 통독 안정화에 필요한 요소다.

    우선 독일인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잊어서는 안된다.

    독일인들은 영광스러운 역사와 함께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었다.

    이런 독일이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가장 긴 국경선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접국들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독일은 과거 유럽의 최강국이었고 이웃들도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인근 주변국들을 대할 때 재치와 센스,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독일은 자칫 소국들과의 관계에서 위압적이거나 반대로 소홀해지기 쉽다.

    외교의 핵심은 양보다는 질이다.

    인근 소국들과의 관계를 이 기본적인 개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난한 친척을 초대할 때는 절대 "있는 척"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프랑스와의 우호관계는 전후 독일 외교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프랑스는 국가적 위신과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중요시하는 나라다.

    독일인들은 이런 프랑스인들에게 "왜 자신을 그렇게 포장하느냐"고 질문할
    수는 있다.

    그러나 먼저 그들의 자긍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회계처리하듯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따지지 않는 외교자세가 프랑스와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독일은 프랑스와의 관계에서는 "하나를 주면 꼭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이같은 외교자세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좋은 예로 유럽중앙은행(ECB)건물을 프랑크푸르트에 유치한 일을 들수 있다.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메이저 영국총리는 모두 자국에 ECB본부
    건물을 유치하겠다고 주장했으나 만약 독일이 이를 원한다면 독일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첨언하면 ECB 유치문제와 함께 본인은 유럽의사당 건축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다.

    당시 이 제안에 대한 국내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지금은 요크셔 피셔 외무장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하고
    다닐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현 정권의 통일 문제에 대한 자세변화도 중요하다.

    89년 통독 당시 사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나에게 지지표를 던졌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동독 주민들도 새로운 통일 조국의 탄생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통독에 확실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그당시 독일 통일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요즘 어떤가.

    그들은 지금 집권당이 됐다.

    그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마음을 진정할수 없다.

    지금의 집권당 인물중 누가 10년전 부다페스트(헝가리 수도)를 가보았으며
    프라하(체코 수도)에 있는 독일 대사관 발코니에 서 보려고 했었는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10년전만해도 호네커 전 동독지도자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는 통독시민증을 포기하려 했으며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독일민주공화국
    (동독)의 시민증 분리 발행을 제안했던 인물이다.

    통일이 진실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집권당측의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LA타임스신디케이트=본사독점전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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